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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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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슬기
댓글 0건 조회 5,272회 작성일 15-06-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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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신영복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글 한 줄 한 줄을 되뇌며, 글로 표현되고 전달되는 내용이 겸손하다고 느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에 큰 의지가 될 수 있는 힘을 쥐어 주었다.

 사람들은 고전 사상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곤 한다. 기원전 7세기부터 시작되어 춘추전국시대에 정립된 오래된 사상들이 왜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조명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것은 항상 내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는 많은 나라들이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경쟁하고 부국강병이라는 목표를 지행하던 사회의 격변기였다. 이러한 상황은 사실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체제는 결국 나라와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무한경쟁 속으로 사람들을 몰아넣고 있고 변화와 개혁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이 요청되고 있다. 동양문화권 국가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근대화 과정에 있어서 서양의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에만 급급했다. 서양의 국가들은 우리와 비교하였을 때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동양의 철학과 고전들은 고루하다고 여겨지고, 시대에 뒤떨어진 학문이라 치부되었었다. 이렇게 무시받던 학문들이 오히려 서양으로부터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 얼마나 모순 적인 일인가 생각된다.


 현대사회에 자본주의가 점점 발달해감에 따라서 개인주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사람과 사람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동양의 고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관계’이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것들에 대해서 ‘관계’로 접근하며, 각각의 차이를 주목하기 보다는 이들이 이루고 있는 ‘관계’에 주목하면서 고전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즉 어떻게 하면 경쟁에서 자신이 승리자가 될 것인가라는 주제의 책들이 서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다.


 서양의 철학들이 자기 자신에 초점에 맞추어져 있다면 동양의 철학은 개인이 아닌 우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서양은 자신의 정체성을 개인의 내부에서 찾아나간다면 동양은 반대로 개인이 속한 사회와 그 구성원들간의 관계에서 발견하고자 하고 이는 동양의 대표 덕목이 ‘인’이라는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효율성이 향상되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지만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는 단순하게 이미 지나간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에 간섭하고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고전을 접하고 재조명 해봐야 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고전에는 격변하는 시대에 세상을 바꾸어 보고자 했던 사상가들, 사람들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하고 싶었던 수많은 노력과 생각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은 고정 불변의 유산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 얼마든지 재해석 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라 말하곤 한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재의 위치를 알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추구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에 그들의 사회를 지배하던 구조가 계속 변화되어 왔듯이 언젠가는 효율성에 맞추어 자본주의의 자리를 다른 구조가 대체할 수 도 있고 혹은 자본주의 자체가 더 발전된 방향으로 변화되어 갈 수 도 있다.


 책 속에서는 이러한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 하면서 다양한 동양 고전의 일부를 다룬다. 그 안에는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접했던 구절도 있고, 몇 번을 반복하여 읽어도 이해가 힘든 구절들도 있다. 이렇게 각각이 모두 다른 고전의 조각들이지만 그 가치에는 전혀 우열이 없다. 모두가 이미 알았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거나, 혹은 낯설었던 것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라는 논어의 한 구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일 것이라 단정지었었는데, 이것이 얼마나 안일하고 무지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던 요즘이라 이 구절이 더 곱 씹히는 것 같다. ‘강의’라는 책은 한 권이지만 이로 인하여 뻗어나갈 수 있는 생각은 무궁무진 하다. 옛 사람들의 문학에 대한 감수성과 그에 얽힌 관계를 알게 될 수도 있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도 있다.  그저 철학, 고전과 같은 전공적인 지식이고 고리타분한 도덕 교과서와 같은 이야기일 것이라 치부해 버렸던 나의 무지에 대한 반성과 함께, ‘관계’라는 것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모두가 하루하루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 단순히 지적 사치가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접해보는 것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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