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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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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5,555회 작성일 15-05-31 11:59

본문

         한국 사회는 사실 과거로부터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하면 조선시대에 기반을 둔 제도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족보나 의식을 중시하고 성리학, 유교 등에 기반을 둔 변형된 사상들이 그 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의 흐름에 맞춰 국제화의 추세를 따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한국은 과거 역사의 영향력이 사회 곳곳에 미치는 중에서 발전하고 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즉, 조선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과정과 연관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위와 같은 이유를 배제하더라도 역사를 바라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역사를 내가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보느냐는 더욱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유명한 말에서 알 수 있듯, 역사는 주관적인 면이 강하다. 본인의 주관으로 지속적인 해석을 하게되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생기게 된다. 직선사, 민중사, 영웅사, 순회사 등의 다양한 역사이해의 관점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모두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데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시각들이다. 역사는 이를 바라보는 위와 같은 관점들에 따라 하나의 사건 혹은 하나의 시대에 대한 해석조차도 전혀 다른 이해와 결론으로 도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 너무 치우쳐 해석하면 역사 그 자체가 기술 역자에 따라 상당히 편향적일 수 있기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역사를 접하는 독자는 이해의 관점이 악용되어 특정한 목적에 지향되어 전달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의하여야 한다.

 

        즉 역사가는 종종 본인의 목적과 관점을 바탕으로 역사를 바라보기 때문에 그 본질과 의미를 왜곡하여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이렇게 왜곡된 역사의 기록을 우리가 아무런 경계 없이 받아들이고 다시 후대에게 전하면, 왜곡된 역사와 문제점은 고스란히 그들의 역사관으로 자리 잡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역사서를 접할 때는 저자가 어떠한 관점에서 해당 사건을 해석했는지, 그리고 저자의 관점이 얼마만큼 공평하고 정당하게 평가되어 반영되었는지를 따질 줄 알아야 한다. 흥미와 재미는 그 다음 문제다. 제아무리 성군이라 할지라도 왜곡된 역사 기록가운데 폭군으로 뒤바뀔 수 있는 법이다.

 

        이 책은 저자를 알고 난 뒤 읽게 되었다. 앞서 기술한 역사에 관한 내 견해와 저자의 생각이 상당부분 일치하는데서 출발하였다. 이 저자는 우리에게 전해지는 역사의 사료들을 재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완벽하지는 않지만 특정 관점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과 사상이 저자의 작품을 통해 나타난다. 그리고 각 사재 가운데서 왜곡된 부분을 바로 잡고, 숨겨진 부분들을 들춰내고, 그리고 그 당위성과 진실성을 바탕으로 역사를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방식은 기존의 여러 역사책들과(왜곡된 부분을 반영했을 수도 있는) 전혀 다른 관점과 결론으로 귀결되게 만든다. 그 결론을 접해보기에 가장 좋았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성리학적 관점과 당파적 관점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선의 왕을 바라보면 왜곡된 역사의 무서움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왜곡의 시간이 길수록 그리고 그 정도가 클수록, 진실과 거짓에 관한 논쟁은 치열해진다. 하나의 진실이 성립되고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다른 한쪽이 부정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연산군일 것이다. 왕의 호칭이 없는 군주 연산군은 신하들에 의해 쫓겨난 뒤 권력자들의 정당성을 위해서 왜곡과 날조를 거듭한 기록에 파묻혀 본래의 모습이 지워진 대표적인 조선의 군주이다. 저자는 연산군과 대립하던 신하들의 면면과 그들의 글을 검토하고 그들이 연산군이 행한 정책과 어떻게 반발했는지 등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준비하여 연산군에 대한 평가가 정당했는지를 검토한다. 양자의 세력관계와 시대적인 배경을 조망하여 준비한 자료들 가운데서 허와 실을 구분한다. 이 가운데서 나는 왜곡된 기록물들을 상당부분 걷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동시에 연산군의 고립된 권력자의 모습을 함께 보게 된다. 이를 통해 연산군 본인이 왜곡의 역사가 시작되게 만드는 기반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이것은 기존의 연산군을 왜곡되게 알고 있었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적어도 내가 접했던 기존의 역사책들 보다는 상당히 객관적인 ‘픽션’임을 느끼게 했다.

  

        전반적으로 역사 평설의 공평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사재들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하고 어느 한 관점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모습에서 그 노력이 느껴진다. 책 곳곳에 들어가 있는 증거 사진들과 여타 다른 자료들은 나의 이해를 돕고 분석에 신빙성을 준다. 그동안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던 역사 속 왕들을 그들의 관점과 시대적인 배경으로 재평가함으로서 기존의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았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겠다. 


        역사는 거울에 비유할 수 있다. 표면이 굴곡지고 더러우면 그 거울 앞에선 잘못된 부분을 비춘다. 역사가 역시 마찬가지로 그 거울 앞에선 잘못된 사관을 반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이 책은 정당한 평가가운데서 우리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을 제시하는 뜻깊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제 그 거울의 표면이 평평한지, 어느 한 부분이 얼룩지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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