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
페이지 정보

본문
무한경쟁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사람들이 1등을 기억하지 그 아래 많은 경쟁에서 도태된 자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의한 편견은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 왔고, 이는 인류 역사가 승자의 시점에서만 논해지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사실 승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위대한”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때문에 “위대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패배자”라는 단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이 책 “위대한 패배자”는 승자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었던 기존의 역사관에 반기를 들고, 승자들의 그늘에 가려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패배자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책에서는 세계문학사에 등장하는 25명 가량의 인물들의 패배한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고르바초프나 체 게바라처럼 영광이 패배자들이 있는가 하면, 메리 스튜어트나 루이 16세처럼 왕좌에서 쫓겨난 비운의 패배자들도 있다. 또한 렌츠처럼 괴테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괴테에게 미움을 사서 끝내 빛을 발하지 못한 인물들도 있고, 고흐처럼 생전에 주목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을 영광스러운 삶의 결말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그들의 삶은 승리자 못지 않게 휠씬 더 깊고 광범위하게 세계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간 이들에게 시선을 집중시켜 실패의 참모습과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어려서부터 패배자는 항상 승리자보다 못나고 부족하고 야비한 사람으로 묘사되었고, 반면에 승리자는 착하고 정직하고 진실된 사람으로 묘사된 것으로 기억한다. 허나 책에서 서술하는 승리자의 이면은 과연 승리자가 찬사를 받아야 하는 건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승리자들보다 휠씬 더 뛰어난 재능과 노력하는 자세를 갖춘 패배자들이 사실은 승리자의 비열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인해 몰락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돈에 매수된 두 명의 의원 때문에 독일 수상을 놓친 라이너 바르첼이 그렇고, 미국의 선거제도 방식 때문에 선거에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 앨 고어가 그렇다. 조지 부시를 기억해도 앨 고어를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은 승리자가 대중에게 더 각인되며 패배자는 잊혀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정직하게 노력해서 승리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승자들은 패배자보다 좀 더 비열하거나 좀 더 야비한 수법으로 상대방을 몰아낸 뒤에 그를 모두의 기억에서 삭제시킨다.
저자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더 끌리는 것은 승리자가 아니라 패배자라고 이야기 한다. 희극보다 비극이 오래 사랑받고 인상 깊은 것처럼 말이다. 세상이 어디 자로 잰 듯 똑바르겠는가? 노력은 했지만 패배한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승리할 수는 없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실패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우리는 실패를 열등함의 상징이 아니라 다시 출발해야 할 이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이전글감정수업 15.07.09
- 다음글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 - 로버트 B. 마르크스 16.07.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