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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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천재적인 트릭으로 살인을 저지른 수학자와 그 트릭을 풀어나가는 과학자의 추리 대결로 최근 영화로도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용의자 X의 헌신을 쓴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나고야 잡화점의 비밀’ 은 그 동안 그가 써왔던 전형적인 추리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범죄 혹은 사건이 일어나고, 천재적인 추리로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그 전의 소설과는 달리, 30년 이라는 시간의 끈을 이어주는 ‘나고야 잡화점’ 라는 특별한 장소를 통해 인간 내면의 따뜻함과 사랑을 표현하는 따뜻한 작품이다.
소설은 세 명의 도둑이 한 집을 털고 자동차를 타고 도망치다가, 한 허름한 집에 숨어들어가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그 집이 30년 전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집 뒤쪽의 우유상자를 통해 30년 전의 편지들이 전달되는 것을 발견한다. 그 편지에는 30년 전 익명의 고민을 들어주고 정성껏 답장을 해 주기로 한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에게 털어놓는 인생의 고민들이 적혀 있었다. ‘환광원’ 이라는 고아원 출신에 사고치고 도망 다니기에 바빴던 그들이지만, 30년 전의 고민들에 흥미를 느껴 답장을 해 주기 시작한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의 30년 전의 이야기는 현재의 ‘나고야 잡화점’ 에서 답장을 써주고 있는 세 명의 도둑의 이야기와 30년 전에 ‘나고야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고민상담을 해주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함께 평행하게 전개된다. 그들의 고민 중에는 인생의 갈림길에 있는 사람들의 중요한 고민들이 있고,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평범한 고민들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환광원’ 이라는 고아원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할아버지와 도둑들의 답장을 통해 하나씩 실타래가 풀려 나간다. 실타래 속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나도 모르게 웃음 지어지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심에는 인간으로써의 진솔한 고민과 그것을 조건과 편견 없어 들어주는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자가 있었다.
소설 속에서 세 명의 주인공은 그 장소가 정말 과거와 연결되는 통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들도 편지를 써 보려 노력하지만 막상 쓸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아무런 글자도 못 적은 편지 우체통에 집어 넣는다. 그들은 답장의 내용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30년 전의 과거에서 온 할아버지의 대답이 일품이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편지를 받은 세 명의 주인공은 자수를 결심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 고아원 출신과 사고만 치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그들에게 인생의 지도를 그릴 만할 여유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와 주고 받는 편지에서 인간의 선함을 보고 할아버지의 편지에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 그들은 결국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기로 한다. 소설 속에 나온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털어놓지 못할 고민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아무런 편견 없이 고민을 들어줄 만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의 고민 속에 갇히게 되고 절망하게 된다. 이럴 때에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상자처럼 편견 없이 고민을 들어주고 신중하게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 혹은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내면 속에 깊이 숨겨져 있는 두려움과 슬픔에 함께 공감하기도하고, 그것들을 포옹하여 주는 ‘사랑’ 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따뜻함에 몇 번이나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복선, 그리고 한시도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하는 등장인물들과 사연의 긴밀한 연결관계에서 추리소설에서나 느낄 수 있는 사건 전개의 긴박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소설에서 겉으로 드러나 있는 치명적인 매력이라면,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이기주의가 만연한 요즈음의 세상에서 지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인간 내면의 선한 마음을 은은하게 내비치는 것은 소설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보석 같은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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