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파커 J. 파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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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파커 J. 파머
나의 삶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나는 어떠한 직업을 가질 것이며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미래의 내가 할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주어진 길을 그대로 걸어가는 것이 내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뜨일 무렵부터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되뇌어 왔던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혼자서 생각에 잠길 때나 책을 정독해서 읽을 때 주로 떠오르는데, 어느 날 무심코 꺼내든 한 책 속의 문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내가 누구인가?’를 먼저 물어라. -
이 문장은 항상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어떠한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야 하고 그 사람을 어떻게 닮아 가야 할지 고민하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른 누군가의 자취를 쫓아가는 삶이 아닌 내 자신을 이해하고 내 자신의 삶을 사는 것. 그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이고 어떠한 인생을 나 자신에게 선물에 줄 수 있을까.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라는 추상적이지만 매력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 지도자 중 한 사람인 파커 J. 파머의 소년 시절부터의 인생과 진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책이다. 마틴 루터 킹을 롤모델로 삼아 그를 닮아가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바람직한 교육자가 되는 것을 ‘소명’ 이라고 생각했던 파커 J. 파머는 끊임없는 실행착오와 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신앙 공동체에서의 성찰을 통해 ‘소명’ 이란 인생이 나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 나간다. 인생이 나를 통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정해주지 않는, 누군가의 자취를 따라 가지 않는, 태어날 때부터 온전히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깨달아야 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 속에서 그의 인생의 경험을 통해 투영되어 나타나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며 퀘이커 교도이자 유능한 교육자 및 연구원 이었던 파커 J. 파머는 대학 강사 등의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금전적으로도 매력적인 제안들을 거부하고 퀘이커 교도 공동체에서 수 년간을 멘토로 활동한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끊임없이 탐구해 왔던 자신의 소명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못한다. 정해진 길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그는, 퀘이커 공동체의 연장자이자 다른 공동체원 들에게 현명하다고 알려진 루스 할머니에게 찾아서 그의 고민들을 이야기한다. 루스의 대답은 이러했다.
“난 60년이 넘게 살아왔지. 그러나 내 앞에서 길이 열린 적인 한 번도 없었다네.. 반면에 내 뒤에서는 수많은 길이 닫히고 있다네. 이 역시 삶이 나를 준비된 길로 이끌어 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겠지.”
어쩌면 지금 나에게도 수많은 길이 열리고 닫히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인지하지 못한 채 지금 보내고 있는 이 모든 시간들 속에서 이미 열려 있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닫히는 길 속에서 ‘나’의 진정한 모습을 깨달아간다면, 어떠한 일이나 롤모델 혹은 목표가 잡아당겨 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아닌, 내 인생 자체를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퀘이커 공동체에서 시간을 보내던 파커 J. 파머는 지역의 어느 한 학교의 학장 제의를 받는다. 아래에 소개되어 있는 최종적으로 학장 자리를 수락하기 전의 인터뷰에서의 파커의 대답은 ‘끌려가는 삶’ 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게 해준다.
"당신이 그곳의 학장이 되면 어떤 점이 제일 좋습니까?"
이 간단한 질문은 나를 머리에서 가슴으로 끌어내렸다.
"음. 나는 글 쓰는 일과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점은 싫습니다. 학장이라는 지위에서 겪는 정치도 싫습니다.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도 모르니까요. 또 뭐가 싫은가 하면.."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그 질문을 한 사람이 내 말을 끊었다.
"내 질문은 뭐가 가장 좋으냐는 거였는데요."
나는 서둘러 대답했다.
"네, 그렇죠. 지금 그 대답을 하려는 겁니다. 여름방학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싫고. 늘 정장을 해야 하는 것도 싫고. 또."
다시 한 번 질문자가 내게 원래의 질문을 상기시켜 주었고, 이번에는 말하는 나까지도 간담이 서늘해질 것만 같은 유일한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신문에 내 사진과 함께 그 밑에 '학장' 이라는 글자가 실리는 것 같습니다.
길고도 엄숙한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파커, 신문에 날 만한 더 쉬운 방법을 생각할 수는 없나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책에 서두에 등장했던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내가 누구인가?’를 먼저 물어라 라는 문장의 의미를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단지 좋아 보이는, 사회적 지위가 높아 보이는,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있어 보이는 직업이나 목표를 위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비전을 향해 내 삶을 드라이브 하는 것. 그것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인생의 행복을 위한 해답일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의 시선과 금전적인 유혹 등에 ‘끌려가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소명’을 발견하고 내 인생이 끌어가는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나도 그러한 삶을 담담하게 고백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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