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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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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유진
댓글 0건 조회 6,261회 작성일 15-07-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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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무섭고 두렵다는 감정을 처음 느낀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으로, 당시 여름만 되면 방송사 마다 경쟁적으로 계획하던 공포 영화 특집을 보고나서이다. 특히 살아 움직이는 인형을 그린 공포 영화에 대한 기억이 각별한데, 로봇과는 달리 명백히 사람을 닮은, 하지만 그 어설픈 닮음에 친근하기는커녕 불쾌함을 자아냈던 일그러진 미소의 인형에 대한 기억은 내게 색다른 경험이었고 이후 조금씩 호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공포와 두려움은 대개 익숙하지 못한 상황을 조우할 때 나타나기에, 이야기나 시각적인 면에서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독특함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기묘함이야말로 다른 장르들과 차별화되는 호러 작품의 특징이다. 귀신이나 괴물 같은 초자연적 요소는 가장 전통적인 테마로,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개념조차 희미했던 과거에 이들은 구전 신앙이나 전설과 맞물려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써 그 가치를 뽐내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문화가 변화하듯 사람들의 공포를 자아내는 요인들도 점차 변해갔는데,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귀신, 늑대인간 그리고 흡혈귀에 이르는 많은 괴물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 미화되었으며 로맨스의 대상이 되기에 이를 정도로 친근해졌다. 오히려 2000년대 이후에는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만한 현실적인 공포가 대두되었으며, 여기에 극단적인 폭력과 노출 그리고 사디즘적 요소를 추가로 가미하는 작품들 또한 꾸준히 공개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떠나 기묘하고 불쾌함을 동반하기에 호러는 대중들에게 B급 문화로써 등한시 되지만, 그 중에는 추리 소설 이상의 강렬함으로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또한 존재한다. 그러한 작품 중 하나인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는 초자연적인 비현실성을 겪고 사형을 앞둔 ‘온순하고 정상적인’ 한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검은 고양이>는 현대 시점에서 호러 소설이라고 부르기 밋밋할 정도로 단출하다. 자신의 검은 고양이 ‘플루토’를 살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형대에 오른다는 주제는 특별히 교훈적이지도 않으며 검은 고양이 ‘플루토’로 인한 후회와 공포에 사로잡혀 자제심을 잃은 주인공의 행동 또한 자극적이지 않다. 다만 몰락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몰입된다는 점에서, 근래에 유행하는 극단적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주인공이 어느 순간부터 삐뚤어지기 시작했으며 삐뚤어진 원인이 본래 정신이 불안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나타난 알코올 중독 증상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검은 고양이들과의 사건이 맞물려 몰락하는 그의 초조함에서 긴박함이 느껴진다. 

중독, 폭력, 학대 그리고 살해와 매장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몰락하는 주인공에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주인공은 일인칭 시점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침울해지는 성격으로부터 학대가 시작되었다고 얘기하지만, 그보다는 모든 것이 검은 고양이 때문이라 믿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글의 초반에서 사형 집행 전에 주인공이 구술한 것과 같이, 이러한 일들을 ‘가정에서 벌어진 단순한 사건의 연쇄’라고 독백하는 점에서 사건에서의 자신의 입장을 객관화하지 않고 방관한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검은 고양이와 관련된 일화들은 몇몇 불길한 징조를 거쳐 아내의 사망과 본인의 범죄 사실 발각을 통해 괴물의 저주처럼 묘사된다.

 

두 번째 검은 고양이가 우연히 ‘플루토’와 닮은 고양이 인지 아니면 ‘플루토’가 초자연적 존재로서 다가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불길한 징크스를 대표하는 검은 고양이와 같은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러 지체 없이 살해된 아내의 시신을 매장하려하는 인간의 무책임하고 악마적인 내면에 대한 여운이 호러 소설로서의 핵심이다.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약한 면모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은 이를 의식적으로 회피함으로써 본인을 정당화하곤 한다. 우연한 사건, 또는 초자연적 일화로 받아들여지던 주인공의 이야기는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나타나는 석연치 않은 점들에 주인공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종국엔 화자의 어두운 내면으로부터 독자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는 점에서 음울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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