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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자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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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6,081회 작성일 15-06-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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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자기기만


-아번저연구소 저





   비행기를 탈 때, 어떤 날은 부드럽게 착륙을 하고, 다른 날은 쿵 하고 세게 부딪히며 착륙을 해 승객들이 놀라기도 한다. 이것을 항공업계의 전문용어로 각각 소프트 랜딩(Soft landing)과 펌 랜딩(Firm landing)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충격을 받는 경우에는 동체에 무리가 가거나 바퀴가 터지는 하드 랜딩(Hard landing)도 있지만, 펌 랜딩까지는 정상적인 범주로 본다.


   펌 랜딩을 경험한 승객들은 항공기를 운전하는 조종사의 실력이 부족한가 보다 생각하며 넘어가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날씨가 좋을 때나 활주로의 길이가 충분한 경우에는 마찰력이 충분히 확보가 되고, 속력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조종사가 승객의 편의를 생각하여 부드럽게 착륙할 수 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등의 미끄러운 상황이나, 활주로의 길이가 짧은 경우에는 충분한 마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부러 세게 착륙한다는 것이다. 소프트 랜딩을 한 조종사는 부드러운 착륙 덕분에 승객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조종사의 경험이 부족하여 마찰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소프트 랜딩을 한 상황이었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즉, 승객이 느끼는 안전함과, 실제의 안전함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조종사뿐 아니라 의사도 실제로 비슷한 압력을 받는다. 일례로, 응급실에서 ‘일이 잘 처리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과 ‘실제로 일이 잘 처리되는 상황’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약 응급실에 급하게 찾아갔을 때, 병원에 있는 전 의료진이 헐레벌떡 뛰어온다면 빠른 대처에 만족스럽게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위독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면 상대적으로 위독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물론 인력이 매우 부족해 필요 이상으로 기다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심폐소생술 환자가 순번을 기다리는 일은 없다.


   또한, 의사가 굳이 환자에게 매번 중간 결과 보고를 하지 않더라도 과정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간호사들은 매번 환자를 체크하고 있으며, MRI와 CT는 환자들이 들어올 일이 없는 곳에 띄워져 분석되고 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받았으며, 누군가가 환자에 대한 차트를 정리하고 있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만약에 병원에서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의사가 매번 찾아가 보고를 하고, 설명을 하고, 불필요하게 시간을 뺏긴다면 진료는 더욱 늦어질 것이며 효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이만큼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상황은 다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력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슈가 되고 있는 메르스 사태에서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가 해결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효율적이지 못함이 양산되고 있다. 한시가 바쁜 병원장은 사태 보고를 위해서 여기저기 다닌다. 문제의 본질을 인지하지 못하고 표면적인 문제만을 해결하려고 한다. 메르스 사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퍼뜨리는 허무맹랑한 정보와,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뉴스, 소문으로 들리는 여러 가지 루머들이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의 근본과 본질을 보지 못한 채 눈으로 보이는 것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 유행할 때, 사람들은 흑사병이 왜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 사람들의 대처는 한계가 있었다. 원인을 알지 못해 사람들이 저지른 가장 큰 실패는, 고양이를 전염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모두 잡아 죽인 일이다. 페스트가 동물을 통해서 전염되는 것은 맞다. 쥐가 많은 곳에는 고양이가 많은 것이 당연하다. 사람들은 고양이와 페스트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것을 인과관계로 오판하여 고양이를 잡아 죽였고, 이 때문에 쥐는 더 번식하고 페스트는 더 퍼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리더의 자기기만도 이와 같은 것이다. 문제에 대한 진짜 원인을 리더가 파악하지 못할 때, 리더가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은 실제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자기기만이 왜 리더십에서 매우 핵심적인 것인가에 대한 이유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만의 생각에 틀에 박혀 있다. 리더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본인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선입견을 깨버리는 사람이다. 그렇지 못한 리더는 구성원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리더가 잘못 생각하는 만큼, 리더는 모든 면에서 위태롭게 한다. 

 

   활주로의 상황을 모르는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껴서 조종사에게 컴플레인을 제기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활주로의 상황이 좋지 않은데 소프트 랜딩을 하는 것은 조종사가 승객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메르스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병원장을 꾸짖는 것이 아니며, 메르스 치료에 바쁜 병원에 일부러 찾아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인들이 행하는 포퓰리즘은 과연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리더의 역량이 있나 싶을 정도이다. 지금 지도자의 역할은 임무를 적절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본인은 한 발 떨어져 지켜보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현장을 방문해 가뜩이나 바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본인이 사용한 마스크를 포함하여 금전적인 지원을 해 주면 된다. 이것이 바로 지도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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