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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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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4,413회 작성일 15-04-14 21:39

본문

         우리는 인간 혹은 그보다 더 큰 범주인 생물에 대해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또한, 영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결론은 자신의 분야 혹은 개인적인 관점에 따라서 천차만별일 것이다. 여러 방면으로 해석되고 정의될 것이며,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글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도정일, 최재천 교수의 대담의 경우도 그렇다. 하나의 문제에 대하여 자신들의 분야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관점으로부터 접근한다. 글쎄, 처음에는 두 사람의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마치 종교와 과학의 충돌을 떠올리며 두 교수의 설전을 기대했지만, 대화의 진행은 예상과 달랐다. 이 두 사람의 대화전개는 상반된 의견의 충돌이라기보다 조합을 통한 보완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오늘은 이 두 사람이 보여준 보완, 통섭의 힘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보자면, 대담의 시작점이 되는 인문학에 관하여 언급한 부분을 보자. 도정일 교수는 ‘눈앞의 이익 혹은 쓸모’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우리의 효율 만능주의의 현재를 강도 높게 비난한다. “당장 시장에다 내다 팔 지식만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는 미래를 도살하는 나라예요. 인문학의 기초가 없는 나라에서는 수준 높은 문화산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요.” 인문학의 가치를 실용적인 관점에서, 문화산업을 바탕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최재천 교수의 관점도 흡사하다. “기초학문의 연구 성과는 아주 천천히 나타나지만 굉장히 위력적이죠. 가령 몇 십 년 동안 진행된 영국 옥스퍼드의 박새 연구나 케임브리지의 사슴 연구 등이 갖는 학문적, 경제적 위력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이처럼 두 교수는 각자의 분야로부터 중요한 하나의 공통점을 말하고 있다. 즉 당장에는 쓸모없는 것 같아 보이는 인문학이나 기초학문도 결국은 쓸모 있는 것이라는 것. 장자가 말하는 무용지용의 현대식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보완이라는 부분이다. 앞서 예를 들어 언급한 부분에서, 도정일 교수는 효율 만능주의를 비판하고자 하였음에도 막상 언급한 내용은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부분에서 다른 분야와의 통섭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는 대목이 여러 부분이 있다. 이것이 이 대담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큰 포인트라 생각한다.


         자연과학에 대한 접근 방법도 이와 유사하다. 두 교수의 접근 방법을 살펴보자면, 도정일 교수는 생물을 언급하는 데 있어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는 인간의 근원을 설명할 때 신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크게 자생론과 제조론으로 나누고, 더 나아가 창조론, 지적 설계론을 언급한다. 신, 이른바 지적 존재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인간이나 생물을 창조했다고 언급하며 인간을 ‘피조물’로 규명한다. 반면 최재천 교수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생물의 근원을 조망한다. 최재천 교수는 생물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된 것이라 언급하며 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한다. 우연적으로 DNA가 만들어졌고, 진화를 겪었으며 따라서 창조론이 아닌 생물의 생존과 관련한 진화론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대화 전개가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방의 분야를 유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는 진화론이라는 이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대화에 참여하면서도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난제라고 인정했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행위 동기, 가치와 목표들이 생물학적, 유전학적으로 다 설명될 수 없으며 생물학이라는 이름을 여기저기 갖다 붙이는 것은 좋게 말하면 통합 학문적 열정이고 나쁘게 말하면 생물학의 제국주의일 테니까 말이다. 도정일 교수 역시 여러 번의 질문을 통해, 최재천 교수의 답변을 경청한다. 그리고 그 답변이 생물학적으로 충분히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고 느낄 때에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인문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의 대화 전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한 문제에 대해 특정 분야에서 단독적으로 접근하면 논리적으로 많은 오류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두 교수는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의 시각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분야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하여 내용을 보완한다. 그 결과, 반대되는 의견의 대립을 보여주기보다는 서로의 의견 보완을 통하여 합의점 혹은 결론을 발견해 나가는 조화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었다. 상반된 두 개 학문이 만나서 공통의 합의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 통섭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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