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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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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슬기
댓글 0건 조회 4,807회 작성일 15-04-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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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를 읽고

 

 

 몇 달 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의 이름에 이끌려 또 다른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소설중에 이렇게 빨려들듯이 몰입했던 적이 또 있었던가. 전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우연히 접하게 된 뜻밖의 발견이었다면 이번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요나스 요나손이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확인해준 셈이었다. 하지만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세상을 무겁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외치는 것도 아니다. 우스꽝 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무력해 보이는 인물들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고, 비주류의 주류세계로의 화려한 등장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러한 이야기를 통하여 현재 정치문제나 사회적 모순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과 제도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해서 내가 제대로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겠는가?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 난폭하고 잔인한 세상에 대한 신랄한 풍자는 책을 읽는 순간순간 우리네 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 주고 또 이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태도는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현명한 대처법을 알려주고 있다.

 

 ‘셈을 잘하는 까막눈이 여자'의 주인공인 놈베코의 인생을 보다보면 수많은 역경속에서도 멈추거나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려움에 고민하다기 보다 그럴수도 있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속에 묘사되는 주인공의 삶은 단순히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넘길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도망치기까지 그리고 뒤바뀐 수화물에 의해서 핵폭탄을 떠맡기까지 그 어느하나 쉽게 넘길만한 일이 없었다. 이렇게 계속 뒤따르는 어려움에 대해서 이게 말이되냐는 불만은 놈베코의 삶의 방식에서 정말 어리석은 태도일 뿐이다. 이런 어려움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 반대의 일도 가능하다면서 차근차근 일을 처리해 나간다. 하지만 놈베코가 단순히 어려움을 쉽게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할 줄 알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꼼꼼히 계산된 행동을 취하는 이성적인 인물이다. 자신앞에 연이어 나타나는 불행한 사건들을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헤쳐나가고 주변 사람들도 잘 다독여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줄 아는, 진정으로 세상의 셈법을 할 줄 아는 지혜로운 여자라 할 수 있다.

 
놈베코가 세상에 대한 셈법을 할 수 있다고 표현한 이유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그녀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 일 수 있는 태도가 전제가 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은 커녕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분석 역시 이루어 낼 수 없다. 사람이라면 일생을 살면서 고민이 없고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순간이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기억을 되새겨 보면 학창시절은 시험과 진학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으며 그 후에는 학업과 미래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학위 기간 중에는 내가 맡은 일과와 연구에 관련된 부분이 어려움으로 다가왔으며 미래를 생각하면 노후생활과 결혼, 그리고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나에게 닥친 일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행동을 멈추고 좌절하고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한탄만을 하고 있다면 상황은 절대로 좋아질 수가 없다.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데 주어진 상황이 어떻게 변할 수 가 있겠는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나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들고 이를 극복하기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절대로 변할 수 없으며 두려움에 한탄만 한다면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 스스로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때문에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당연히 더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시도한다는 것은 물론 그 결과가 좋지 않다 하여도 큰 의미를 갖는다. 결과가 좋아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만 만일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이미 한번의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인하여 두려움이 줄어들고 어려움에 대한 분석과 상황판단을 할 수 있으며 이는 나 스스로에게 큰 경험과 자산이 되고 앞으로 비슷한 일과 다른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잘 극복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속에 묘사된 놈베코의 분석력과 지혜로운 모습도 물론 본받아야 하지만 이에 앞서 그러한 그녀의 행동이 나오기 까지 그 바탕이 되는 상황에 대한 적응력과 대수롭지 않게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가장 배울 만한 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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