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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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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현준
댓글 0건 조회 4,925회 작성일 15-05-0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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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한 사람인가 - 발타자르 그라시안, 라 로슈푸코, 라 브뤼예르



  “어느 분야에나 해결사 혹은 만병통치약 같은 존재가 있다.

그들은 처음에는 탁월하다는 평판을 듣지만 금방 잃어버린 채 ‘평범하다’는 경멸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당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 충분한 능력을 갖추되 적당히 보여주어라. 횃불이 밝을수록 기름은 빠르게 소모되며, 이내 꺼질 시간이 다가온다.”


  17세기 유럽을 살았던 세 현자가 남긴 잠언을 추려 틀로 삼고, 다양한 에피소드로 동서양의 역사와 철학, 심리학, 경제경영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내용을 엮어 일상 언어로 풀어낸 <필요한 사람인가>에는 이 삼인방들의 익살스러운 독설과 풍자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아픈 곳을 사정없이 후려치기도 하는데, 되새기면서 읽어 내려가다 보면 오히려 속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마치 시원한 동치미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이토록 독자가 빠져드는 것은 그들의 짧은 문장 속에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 한마디, 한마디에서 오늘의 상황을 꿰뚫는 통찰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써 내리며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을 담은 그들의 잠언 속의 예리한 풍자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행운이나, 행복, 정의에 대한 철학적인 말들을 한 라 브뤼예르나 라 로슈푸코 보다는 현실적인 삶에 대한 고찰을 한 그라시안의 잠언이 가장 와 닿았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들에게 ‘고마운 존재’이기보다 ‘필요한 존재’가 되려고 한다.

상대가 당신에게 고마워하기보다는 기대하고 의지하게 만들어라. 기대는 오랫동안 기억되지만

감사의 마음은 금방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라시안


 지혜로운 사람은 능력을 보여주되 자기를 속속들이 알게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누구도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고, 아무도 그에 대해 실망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의 한계를 알 때보다는, 능력을 막연히 추측할 때 그를 더욱 존경하기 때문이다. -그라시안


 존경을 받으려면 사랑까지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사랑과 존경은 물과 기름과 같다.

따라서 존경받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당신을 지나치게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사랑하게 해서도 안 된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친숙해지고 그만큼 존경과는 멀어진다.

존경을 받고 싶다면 정열적인 사랑보다는 경외심과 찬사를 얻기 위해 노력하라. -그라시안


 그라시안의 잠언들과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십 수개가 수록되어 있지만, 그의 생각은 여러 개의 구슬을 엮는 하나의 실 같이 그 속에 굵은 가지를 가지고 있는 듯 느껴졌다. 몇 줄의 글로 수 세기 떨어진 그의 생각을 오롯이 읽어 내어 한 마리 말로 그 느낌을 표현 하기는 힘들지만 분명 그는 ‘어떤’사람이 이상적인 사람인지에 대해 고뇌하였다. 특히 이성적여 보이면서도 존경받지만 동시에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경외로운 사람에 대한 것인 듯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게 된다.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맞이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부각을 시키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라시안은 존재를 부각하는 방법에 대해서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한다. 그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존경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하고 하며, 능력을 보여주되 자신을 속속들이 보여주지 말라고 한다. 잔인할 정도로 익살적인 그의 말들로부터 17세기의 삶이 지금 우리의 삶과 닮았었기 때문인지 그의 통찰이 21세기까지 엮어낼 수 있을 만큼 혜안이 있는 것인지 도통 헷갈리기 까지 할 정도 이다.


  그라시안이 말하고 있는 ‘필요한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다. 아마도 그 사람은 매우 카리스마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비추어 지겠지만 항상 외로운 느낌을 떨치지 못할 것 같은 단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생각을 읽어 들이면서 여러 가지 닮고 싶은 이상형 중 한 가지를 만난 느낌이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생기는 이상형들 그리고 그 형을 좇기 위한 습관과 생각들이 어우러져 한 사람의 인격과 모습을 이룬다고 한다. 그라시안이 말하는 인간상은 다소 공격적이고 빈틈없지만 그 색깔을 이해하고 내 안에 섞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으로부터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는데 한 발자국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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