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제로 투 원 (Zero to One)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3,920회 작성일 15-03-01 01:47

본문

제로 투 원 (Zero to One) – 피터 틸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우리 사회에서의 일반적 통념 혹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에서의 분배는 자유경쟁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경제학 모델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경제 주체는 본인의 이득을 최대화 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전제를 갖는다. 어떠한 상품은 해당 상품에 최대의 가치를 부여하는 주체부터 우선적 판매되며 이를 통해 공급, 수요 곡선 상 교점(equilibrium point)으로 상품의 가격이 정해진다. 고등교육 과정이나 대학에서 경제학에 대해 배울 때 가장 기초적으로 배우고 절대적 법칙과 같이 여기며 습득하는 내용이다. 시장경제에서 자원의 효과적 분배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무한경쟁체제가 가장 효과적이며 만일 시장에 독점(monopoly) 기업 존재할 경우 이와 같은 경제학 모델 상에서 자원의 분배 효율을 떨어트리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현실 사회에서 독점 기업이라 하면 우선 부정적 인식부터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독점에 대한 일반적 통념과 대비되어, 피터 틸(Peter Thiel)은 진정으로 가치 있고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을 세우고자 한다면 결코 경쟁하지 말고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에 존재할 수 있는 기업을 추구하라 조언한다. 그리고 심지어 독점 기업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전체 파이(pie)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얼핏 들으면 사회 통념과 정 반대되는 주장일 수 밖에 없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 결정 방법은 경쟁이라는 통념 말이다. 그렇다고 한 극진주의자의 과격한 주장이라고 치부하기에는 Paypal의 공동 창업자이자 Facebook, LinkedIn, Yelp, Airbnb, SpaceX 등의 기업에 투자한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라는 지위는 그의 주장을 결코 허투루 생각할 수 만은 없게끔 한다.


피터 틸의 독점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자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견제하고 탄압함으로써 단순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갖는 기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주장하는 독점 기업이란 기술적으로 너무나도 뛰어난 나머지 그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경쟁 기업들이 감히 비슷한 제품조차 내놓을 수 없는 그런 기업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결코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술을 단순 보완, 발전시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누구도 가치를 인지하고나 혹은 관심 두지 못한 부분으로부터 고귀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기업만이 이러한 의미의 독점이 가능하다. 즉,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기업이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전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꼽을 수 있다. 2000년대에 지구온난화에 대두와 석유 고갈 우려로 인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붐이 일었다. 전 세계적으로 청정기술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졌고, 수 천개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모두가 거대한 에너지 시장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았다. 예를 들어, 태양광 기술 기업들은 태양전지의 효율을 개선하는데 기를 썼지만 그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 결과 태양전지 기술은 극심한 레드오션 시장이 되었고 그 어떤 기업도 독보적인 시장점유를 가져갈 수 없고 대부분 파산하게 된다. 1990년대의 닷컴 버블정도까진 아니어도 2000년대 초 나스닥 지수 급등과 폭락을 겪게한 심각한 버블 산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테슬라의 경우 에너지 산업 붐에 편승한 것은 여타 청정기술 기업들과 동일하지만 기업의 정체성과 사업 비전이 뚜렷하게 존재하였다. 테슬라는 청정기술에 대한 관심을 주도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부유한 사람들이 도요타 프리우스와 같이 못생긴 차를 타는 한이 있더라도 ‘친환경’적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이용하였다. 이런 차의 운전자들을 타겟으로 테슬라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운전하는 사람을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차를 만들기로 하였고, 그 결과 로드스터는 빅히트를 치게 된다. 일반 청정기술 기업들은 스스로를 차별화하느라 고전했지만, 테슬라는 청정기술이 환경적 의무보다 오히려 사회적 현상이라는 숨겨진 비밀을 바탕으로 고유 브랜드를 구축하였다.


세상이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더라도 특정 에너지 문제에 뛰어난 해법을 제공하는 기업만이 돈을 벌 수 있었다. 아무리 어느 분야가 중요하더라도 그저 참여하는 것만으로 저절로 위대해 질 수는 없는 법이다. 남들과 비슷하면 그들과 경쟁할 수 밖에 없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과거에는 자원의 양에 비해 기술적 진보가 덜 하여 경쟁을 통한 분배가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대에는 경쟁은 한정된 자원을 뺏고 뺏기는 제로썸(zero-sum)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존재하는 것의 수를 늘리는 (1에서 n으로 복제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역발상을 통한 숨은 진리를 찾아내는 것 (0에서 1을 창조하는 것)이 경쟁을 피하고 독점할 수 있는 방법이고, 한정된 자원의 총량을 늘리는 근본적 방법이 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