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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와 못 가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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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충선
댓글 0건 조회 3,912회 작성일 15-03-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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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 가진자와 못 가진 자

 

  고전소설이나 현대문학, 특히 ‘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현대 미국 문학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 작품을 구상하게 된 시대와, 그 소설의 배경을 파악하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이 소설을 집필했던 1930년대는 1920년대 호황을 누렸던 미국의 경제가 대공황이라는 암흑기에 빠지면서 경제적 곤궁에 빠진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던, 또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써 빈부 격차가 극에 달해 부유한 사람들도 여럿 생겨났던 시대였다. 참고로, 당시 미국의 연간 평균 가구 소득은 2000 달러 였으며, 자동차 한 대의 값은 700 달러 정도였다.

 

  소설속의 또하나의 중요한 장소적 배경인 쿠바는 헤밍웨이의 대표적인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무대로써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헤밍웨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쿠바에서 일생의 더 많은 부분을 보냈을 정도로 쿠바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1900년대 초반의 쿠바는 서부 열강들의 식민지였던, 그리고 당시에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던 터라 독립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한 나라였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주의 혁명세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렇듯, 헤밍웨이의 삶의 가장 가까운 반경안의 나라들은 쿠바와 미국은 불안과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플로리다 남부 키웨스트 바닷가에 살고 있는 해리는 배운 것은 없지만 가진 배 한척으로 부자 고객들이 여름에 취미로 낚시를 하러 키웨스트 지방으로 왔을 때 배를 빌려주고, 낚시를 도와주면서 번 돈으로 가정을 부양해 간다. 하지만 이번 여름 받은 손님이 고기를 잡던 도중 상당한 가격이 나가는 낚시 도구들을 바다 속에 놓쳐버리고, 한달 동안 낚시배와 도구를 빌려준 900달러 정도의 값을 지불하지도 않은 채 비행기를 타고 떠나버린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해진 해리는 절대로 하지 않기로 결심해던 쿠바와의 주류 밀수업에 뛰어들었지만 총격에 한 팔을 잃고, 미국에서 쿠바로 사람을 몰래 나르는 일까지  손을 대게 된다. 하지만 쿠바로 나르기로 했던 사람들이 플로리다의 은행을 털어 쿠바의 혁명에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던 자들이고, 그가 쿠바로 그들을 데려다주면 그의 목숨도 위태로와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바다를 건너는 동안 총격전을 벌여 결국엔 모두 죽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해변가, 한 사람의 처절한 인생이 막을 내린 바로 그 장소의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는 마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삶의 모습과 고민들을 지닌 채 유유히 최고급 요트를 타고 바다의 잔잔함을 즐기고 있다.

 

  ‘한 사람 만으로는 아무리 발광해도 기회가 없어.’

  처음 소설의 제목을 보고 가진자에게만 부와 여러 특혜가 편중되는, 사회 제도에 대한 암묵적인 비판이 담겨져 있는 소설이라고 지레 짐작한 후 소설을 읽기 시작했었다. 생각했던 대로 이 소설은 어떻게든 자신과 가족들을 살려보려는 한 가장의 비극적인 몸부림과 최고급 요트를 가지고 한가로이 휴양을 보내고 있는 부자들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빈부격차에 관한 사회적 통찰과, 빈민층에 속한 사람들은 혼자서 아무리 발광해도 사회적 제도 안에서 사람답게 살기 힘들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슈를 내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소설의 페이지를 한장 한장씩 넘겨갈수록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이것 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남성적인 문학이라고 평가받는 소설이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마음이 뭉클해지더니 결국에는 해리의 술집에서의 독백을 통해 가족을 위해 불법적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일이라는 알면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차마 이 모든 것을 혼자만의 것으로 담아 두어야 했던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프레디의 가게에서 해리는 프레디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술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스툴에 앉았다. 말하고 싶은데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하기로 결심했을 땐 프레디가 알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냥 여기 죽치고 있으면 아무 일 안 생기겠지. 그냥 여기 죽치고 앉아 술이나 몇 잔 들이켜고 얼큰하게 치하면 나는 그 일과 상관없게 될 거야. … 그냥 여기 죽치고 있으면 그 일에서 빠지게 될 거야. 하지만 그럼 우라질 뭘 먹고 살아? 마리와 딸들을 무슨 돈으로 먹여 살려? 난 배도 돈도 배운 것도 없는데. 외팔이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냔 말이야? 가진 거라곤 뒷거래할 배짱 밖엔 없는데. 그래도 그냥 여기 죽치고 앉아 술이나 대여섯 잔 들이키면 모두 끝날 거야. 그땐 너무 늦을 테지. 그냥 손 놓고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돼.’

 

  금적전으로 부족함이 없었던 헤밍웨이의 아버지가 헤밍웨이가 젊었을 적에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점, 그리고 그의 가족들 중 대부분이 권총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기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인간 스스로의 외로움, 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잃어버리게 되면서 가족과 세상을 향한 외로움이 트라우마로 남아 인생에 대한 허무함이 짙게 깔려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이 해리의 독백을 통해 마음 속 깊은 곳의 치명적인 외로움을 잠깐이나마 내비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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