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다치바나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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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다치바나 다카시
우리나라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빠른 경제성장에 기여한 요소 중 하나가 훌륭한 인적지원이라고 믿어온 한국에게는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만 해당될 것 같았던 이 문제는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모양이다. 일본 내 최고의 대학교로 손꼽히는 도쿄대학교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이 책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본 대학이 교양 없는 바보들을 대량 생산해 내는 기구로 전락해버렸으며,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일본은 지적 망국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문이과로 나뉘어 이루어지는 이분법적인 교육은 대학에 와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체적인 학문을 조망할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하는데,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에만 시야가 갇혀 넓은 것을 볼 수가 없다. 입학이 까다롭다는 도쿄대도 문과생은 과학 대신 사회 두 과목, 이과생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 두 과목만 선택하면 된다. 때문에 의대생이 생물을 이수하지 않고 입학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본 내 엘리트 집단이라 자부할 수 있는 도쿄대 법학부 학생들의 교양부족으로 인한 학력저하도 심각하다. 정말 도쿄대생들이 바보가 되어버렸다.
비록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 일본의 교육제도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때부터 나뉜 문이과가 대학교까지 이어진다. 입시제도는 또 어떠한가?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 장관이 바뀔때마다 입시 정책은 변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본래 의미는 대학교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그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 과연 객관식 문항으로 평가되는 시험만으로 그 학생의 지적 능력을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젠가부터는 수능에 EBS를 대폭 반영하고 있어 학생들이 EBS 문제집만 수십권씩 풀어대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 뿐인가?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면 바로 없애버린다. 예를 들면, 논리적 글 읽기를 학생들이 어려워하면 논리학을 없애버려 학생들은 제대로 글을 읽는 방법을 모른다. 국어에서 중요한 것은 읽기 능력인데, 이를 위한 논리적 사고는 가르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 학생들의 비문학 독해 능력은 OECD국가 중 최하위이다. 이는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가 많지만, 제대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생이 되어도 변하는 것은 없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취업 학원으로 전락한 것은 이미 오래다. 대학은 취업하기 위해 거쳐가는, 아니면 다른 사람도 가니까 나도 가는 하나의 ‘통과의례’인 셈이다. 전공도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수능 점수에 맞추어 진학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학생들은 그저 학점을 취득하기에만 급급하다. 문과계열 학생은 문과계열 강의만 듣고, 이과계열 학생은 이과계열 강의만 듣는다. 지식을 문이과로 분류하여 한 가지 계열의 학문만을 배우게 되는 악습이 대학에 와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교양지식 저하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는 한국의 지적수준 저하에 기여한다.
대학교육시스템은 한 분야의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학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따라서 한 분야에만 정통한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많은 분야를 아는 제너럴리스트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자면, 의료전자기기를 이용해 얻어진 방대한 양의 질병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해서, 의사들은 의학 지식뿐만 아니라 통계학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는 근본적 교양을 지닌 제너럴리스트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공교육 정상화와 학생 개인의 노력을 제시한다.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교양교육을 하고, 학생들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많은 학생들 속에서 획일화된 수업을 듣는 것 보다는 개인의 부족한 지식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책을 찾아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은 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닌 지식을 위한 교육제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이 상당히 부끄러웠다. 저자가 대놓고 나에게 바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진거라곤 인적자원이 전부인 우리나라가 현재의 교육제도로 얼마나 많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까? 지금 나부터라도 인문, 사회분야의 교양을 쌓기 위해 노력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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