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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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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유진
댓글 0건 조회 3,882회 작성일 15-03-0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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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어떤 주제에 대하여 자기만의 영역을 갖는다. 이러한 영역은 자신만의 철학이나 인생관에 따라 설정한 경계에 의해 구분 지어지며, 이렇게 한 번 정해진 경계는 일반적으로 커다란 변화 없이 유동적으로 유지된다. 공학도로서의 스스로를 예로 들자면, 배우고 있는 분야 외에도 인문, 예술학적인 분야에 대한 목마름이 있으나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연구 분야의 깊이와 대비되는 지식수준, 끝을 알 수 없는 기술 발전 속도, 그리고 개인적인 여유를 챙기고픈 심정이 타협하여 실질적으로는 별 다른 지식 활동을 영유하고 있지 않다. 조금 답답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활동 범위는 내가 설정한 경계에 의해 결정하였다고 볼 수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활동 범위를 본인인의 의지(설령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할지라도)로 규정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 버뱅크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유스러운 사람일 것이다.

 

 영화 <트루먼 쇼>는 엔터테인먼트로써 매우 평이하게 시작한다. 트루먼 버뱅크는 여느 사람에 비해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를 사용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한 고장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토박이인 그는 일상을 떠나 가보지 못한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이다. 전형적인 코미디 드라마의 식상한 캐릭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트루먼 버뱅크의 정체는 하루 24시간 방영되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트루먼 쇼”의 주인공으로, 인위적으로 건설된 거대한 세트장인 ‘Seahaven’ 안에서 생활하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 사람들에게 생중계 된다. 신생아일 때부터 적법하게 방송국에 입양된 트루먼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인위적임을 알지 못한다. 겸손하며 탐험심이 왕성한 그이기에 무지몽매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처지는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와 다름이 없어 보인다.

 

 세트장을 떠나기 전의 트루먼의 모습은 꼭두각시를 떠올리기 쉽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도로와 친절한 주민들이 거주하는 거대한 세트장인 ‘Seahaven’은 철저히 통제되어 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제작자가 의도한 많은 것들을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은 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본인의 의지가 결여된, 그야말로 꼭두각시 연극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트루먼의 삶과 우리의 삶이 다르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트루먼 쇼>는 미디어로써의 명성도 높지만, 가상현실과 실제 세계가 혼재되어 있는 독특한 설정과 이에 따른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하여 연구 가치가 높아 철학이나 인지과학 측면에서 많이 거론된다고 한다. 사람의 인지 능력 발달은 주로 경험과 체험에 의존하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의식상의 사실을 기초로 세상을 인식한다. 즉 세상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구축하고, 이를 근거로 세상을 다시 바라본다는 말이다. 우리나 영화 속 시청자가 뜬금없이 특정 맥주를 광고하는 친구나 외부로의 탐험을 극구 반대하는 지인 등을 통해 느낄 수, 트루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질감은 그에게는 매순간 매해 반복되어온 자연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삶에 산재되어 있는 많은 것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트루먼과 우리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주어진 상황이나 처지에 의식 없이 몸을 기대는 삶은 쳇바퀴 도는 햄스터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바깥이라는 미지와의 조우에 대한 두려움으로 크게 망설였지만, 결국 그러한 미지에 대한 갈망으로 트루먼은 그의 세계에서 하늘이었던 벽에 존재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간다. 누구나 자기만의 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는 스스로 설정한 것이기에 얼마든지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 있는 것이기에, 보다 넓은 시야와 생각의 깊이를 통해 넓은 세상을 마주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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