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피로사회 - 한병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고성호
댓글 0건 조회 4,185회 작성일 15-03-06 23:56

본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모아둔 코너를 가보면 청년들을 위한 자기계발 도서가 판을 친다. TV, 뉴스에서도 성공하기 위한 몇 가지 습관, 성공을 위한 투자비법, 청년들을 위한 재테크와 관련 된 내용이 정말 많이 나온다.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글이 한병철의 피로사회다. 앞서 말한 자기계발 관련 도서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긍정’이다. 지금 당장 인터넷에 '긍정'이란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셀 수 없이 많은 도서와 TV 프로그램 그리고 뉴스 기사가 검색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이미 긍정의 힘, 긍정의 에너지, 긍정적 자기관리 등등 긍정의 키워드가 포화상태이다. 자기계발서의 기본 흐름은 ‘힘들어도 괜찮아’, ‘원래 힘든거야’, ‘힘들어도 이렇게 하면 우리 모두 잘 할 수 있어’로 요약할 수 있다. 청년들과 사회가 자기계발서의 바다에 빠지면서 모두들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을 때 그 이유를 사회나 경제 체제, 정치등 외부환경에서 찾지 않고 자신들 내부에서 찾게 된다. 책에서 말하는 사회는 긍정적인데 자기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 뒤쳐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책에서 위의 현상을 조금 더 고급스럽게 설명한다. 과거의 사회는 규율과 규제, 부정을 중심으로 하는 규율사회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는 과거 군사 정부 시절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간첩, 빨갱이등과 같은 강력한 적을 만들어 내고 이를 국가보안법과 규율, 규제, 부정으로 사회를 안정시키려 한 군사정부 시절은 강력한 규율사회였다. 하지만 민주화의 물결이 지나가고 현재 우리나라는 강력한 긍정과 성과를 중시하는 성과사회로 변모했다. 부정으로 통제가 가능한 규율사회에서 개인은 복종적 주체였지만 성과사회에서는 성과적 주체가 되고, 그러한 사회에서는 부정성을 최소화하고 도서, TV, 뉴스 등의 미디어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긍정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심는다. 언뜻 보기에 긍정의 사회로의 전환은 타인중심에서 자신중심으로 넘어오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괜찮은 방향으로의 변화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긍정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내재하고 있다.


  규율사회에서 범죄자, 사회 부적응자, 우리나라로 보면 빨갱이와 같은 ‘부정’인이 발생했듯이 성과사회에서도 부‘성과’인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 형태는 '우울증환자'와 '낙오자'로 드러난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타인에 의해 규제되는 규율사회가 더 억압적이고 제한적이라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유라는 이름 안에 자기 스스로를 규제하게 만드는 성과사회가 더 많은 억압과 제한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즉 성과사회에서는 사회가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성과를 개인이 만들어내길 강요한다. 이러한 사회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가 과다한 노동과 성과를 추구하면서 자기착취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자기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타인에 의한 착취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고 효율적으로 사회가 사람들을 조종하기 쉽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자기착취가 계속 되면 현대사회에서 크게 유행하는 심리적 질병이 나타나게 되고 이는 역설적 자유가 마음의 병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성과사회에서는 한번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한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정신적으로 특정한 일을 처리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없게 한다. 사색이 사라지면 가치, 철학, 이념 등에 대한 탐색은 사라지게 되고 사람들은 잠시나마 자신의 머릿속에서 ‘성과’에 대한 갈망을 지워 내기 위해 자극적인 미디어를 찾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철학을 포함한 인류의 문화적 업적은 사라져가고 있다. 어찌 보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현대사회의 특성 또한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나 생각을 할 때 그 사람 자체에 초점을 두지 않고 사회에서 정한 눈높이를 기준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자기계발, 긍정의 바다에 잠긴 사회 속에서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과 같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려는 작가들이 몇몇 보인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빠른 산업화와 분단국가 특성상 성과사회로의 전환이 급격했고 또 그 부작용 또한 더 크게 보인다. 예를 들어 성형외과 시술을 받는 여성의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데 이 또한 사회에서 제시하는 모델(성과)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인 듯하다. 또한 청소년을 포함해 자살율이 높은 이유도 사람 자체를 보지 않고 명문대와 같은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면서 오는 부작용이라 생각 된다. 이러한 성과사회 속에서 성과에 목메지 않고 진정한 가치에 대해 판단하고 또 그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