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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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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3,642회 작성일 15-02-0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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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역사적으로 어떤 인물이 평가되는데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인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존경을 받고 우호적인 평가를 받는 부류와 마치 절대 악과 같이 묘사되는 부류 두 경울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맥아더, 나폴레옹과 같은 사람들은 전자, 히틀러나 스탈린과 같은 사람들은 후자로 볼 수 있다. 물론 그들에 대한 평가가 시대적이나 역사적인 의미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러한 문제를 떠나 단순 사실 자체만 생각해 보자면 그들 모두 전쟁을 통해 다량의 살상을 자행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그들 모두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향과 철학이 존재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존경을 받는 반면, 누구는 잔혹한 독재자로써 세상의 지탄을 받는다. 누구의 사상이 더 좋고 나쁨 혹은 옳고 그름의 문제 이전에 그러한 사상이 발현되는 방식의 차이가 결국 이와 같은 결과를 불러 일으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 책의 현역 대령 조백헌 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볼 수 있다. 소록도의 문둥병 환자들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고통과 절망만이 가득한 공간을 외부 세상과 격리시키고 그들만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취지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상에 대한 열망이 실제적인 문제와 공존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 들어간 것에서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천국을 만들어 주겠다는 명분 하에 공권력을 동원하여 문둥병 환자들을 강제 노역 시키는 모습 자체에서 이미 본질적인 가치를 잃어버린 채 명분만 쫓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더욱 무서운 건 이상을 꿈꾸는 당사자는 그 찬란한 명분에 눈이 멀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큰 방향을 잃은 채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상을 꿈꾸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철학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열망과 의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고삐 없는 이상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스스로를 비판하지 못하고 세상을 옳은 것과 나쁜 것으로 가르기 시작하는 순간 이는 더 이상 이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힘들어 진다. 돌로 바다를 메꿔 330만평의 낙토를 만들기 위해 5천여 문둥병환자들이 그나마 붙어있는 자신의 육체를 공사현장에 던지며, 명분을 위해 모진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환자들은 힘의 불균형 앞에 무력하기만 한 자신들의 모습에 분노하며 결코 조백헌은 자신들과 운명을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 느끼게 되는 모습 속에서 문둥병 환자들에게는 천국 사업이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조백헌과 관계자들 ‘당신들의’ 천국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취지와 이상이 결국 문둥병 환자들을 더욱 옭죄고 좌절하게 만드는 족쇄로 변모하였다. 조백헌은 천국 사업이 완성되면 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자신의 이상이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 현실을 보지 못하거나 혹은 알더라도 자신의 이상이 부정당하는 것이 두려워 애써 모른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무엇이던 간에 있으나마 못한 그런 상황이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철학과 이상은 인간이 발전할 수 있게끔 해 주는 좋은 자양분이 되지만, 뒤틀린 이상은 인간을 너무나도 쉽게 괴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이를 실현시키는 방법이 잘못되면 오히려 하지 않느니만 못할 수 있다. 때로는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뒤틀린 부분이 없는지, 정말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하여야 한다.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능력과 냉철한 시각으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서 진정한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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