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 주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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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 이는 보통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지리상의 대발견을 지칭한다. 지구의 전 바다에 역동성을 가져다 준 이 시기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역사학자들이 설명을 시도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호소력을 발휘했던 것은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체제가 형성되어 갔다는 다분히 유럽중심주의적
논지였다. 이는 특히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을 필두로 한 서유럽 해양세력들의 활약상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서해안으로의 진출, 스페인의 아메리카 발견, 그리고
19세기 영국의 해상제국 건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큰 흐름으로 여겨졌고, 그로 인해 발생된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은 유럽의 팽창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유럽중심주의적 시각에서 대항해시대라는 이름은 개척 시대로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정작 서구권의
침략에 유린당한 다른 대륙의 시각에서는 결코 대항해시대라는 단어가 반갑지 않을 것이다.
저자 주경철 교수는 천편일률적인 유럽중심주의적 설명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시각에서 대항해시대로 명명된 이 시기를 재조명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농경문화권 관점을 버리고
‘바다에서 바라본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함으로써 편협한 시각에서
해석되는 세계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새로운 바닷길의 발견으로 새로운 대륙과
마주하면서 발생하는 충돌, 그로 인해 야기되는 노예무역, 플랜테이션, 화폐와 귀금속의 이동 등을 다루고 있다. 또한 생물학적 문화적 변화, 기독교의 충격 등을 살펴보면서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근대세계에 실제로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과 문화의
변화에 대해서 논의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폭력의 세계화” 였다. 근대에 들어서 증강된 군사력은 더 많은 전쟁을 낳았고 이렇게 쌓아둔 폭력을 유럽은 새로운 바닷길이 열림으로서 또 다른 문명과의 만남에서도 사용하였다. 말도 통하지 않는 다른 대륙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몸부터 지킬 수 있는 강한 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그들은 그 지역 현지민을 지배하거나 약탈해서 부를 취하기도 했으며 교역을 할 때에도 어김없이 남용하였기에, 여러 학자들은 유럽이 전 세계에 수출한 것은 폭력이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주장의 밑바탕에는 ‘유럽중심주의’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근대 유럽이 다른 문명권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게 된 요소가 군사력이라는 해석인데, 바로 유럽에서만 우월한 무기와 기계적인 군사 조직이 발전했다고 보는 관점이다. 저자는 특히 파커(Parker)의 주장을 예로 유럽 주요국가들은 선박에 총포를 결합시켜 강력한 해군력을 갖추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런 선진적인 방식의 전투가 언제나 승리를 가져다 주었을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들과의 전투에서 상당히 고전했다고 한다. 또한 파커는 서양보다 전역이 약한 비유럽 세력이 서양 군사기술을 배우지 못하여 전쟁에서 지게 된다고 설명했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보면 그들은 서양에 비해 버금가는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유럽의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 외의 나라에도 인도 등 여러 나라들은 유럽에 비해서 전혀 뒤지지 않은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본다면 15-18세기 기간 중 유럽이 공세적이고 다른 곳은 수세적이고 최종적으로는 유럽이 군사적 우위를 차지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세에 몰렸던 결정적인 이유는 오직 유럽 그들이 주로 썼던 ‘무력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것이다.
책의 목적 자체가 기존의 세계사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시작된 만큼 책의 내용도 유럽중심주의의 탈피에 대한 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이 시기 세계구조 변화의 핵심세력이 유럽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19세기에 이르게 되면 세계구조를 주름잡는 헤게모니 세력이 유럽이라는 점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중심주의적 설명의 틀을 버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해양팽창의 시대에 일어났던 핵심적인 현상에서 유럽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어느 한쪽의 시점에 고정된 편협한 사고가 아닌 균형 잡힌 세계사를 기술하고자 한 저자의 노력은 충분히 인정할만한 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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