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 - 스티븐 베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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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일까 빅브라더일까
-이태인
겨우 고등학생이 된 딸이 메일로 출산용품에 대한 광고를 받는 일이 있었다. 딸의 아버지는 출산용품에 관한 메일을 보고 화가 났고, 매장을 찾아가 잘못된 메일이 왔다며 항의를 했다. 그 매장의 점장도 자기 회사 마케팅부의 실수라고 생각하여 사과를 했다. 하지만 얼마 뒤 딸의 아버지는 딸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모조차 알 수 없었던 딸의 임신을 이 회사는 어떻게 알고 출산용품에 대한 메일을 보낼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빅데이터’이다. 임산부에게 주로 보이는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딸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추정했고 이에 메일을 보낸 것이다. 단순한 헤프닝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빅데이터’가 가져올 파장과 우려를 동시에 보여준다.
‘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생성되는 주기가 짧고, 수치와 데이터뿐만 아니라 문자와 영상을 포함하는 대규모의 데이터를 말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위의 사례와 같이 소비자의 취향과 행동패턴, 성향을 파악하여 여러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과거에도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정보를 찾아내는 시도가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 데이터의 양과 질 그리고 다양성 측면에서의 급속한 발전이 있었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산업혁명 시대의 석탄처럼, 20세기의 석유처럼 시대의 변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는 분명 우리 삶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비롯된 ‘빅브라더’라는 용어가 있다. ‘빅브라더’란 긍정적인 의미로는 선의의 목적으로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를 뜻하지만, 부정적인 의미로는 권력자들이 정보를 독점하여 사회를 통제하는 수단을 뜻한다. ‘빅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 독점과 사회 통제의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토안보부는 이러한 ‘빅브라더’ 체제 연상시키게 한다.
우리는 이미 ‘빅브라더’ 영향 아래 있는 주체 없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어딜 가던지, 뭘 먹던지, 뭘 입던지 24시간동안 데이터라는 감옥 속에 갇혀 있으며, 끊임없는 광고와 뉴스 속에서 우리는 선택권을 잃어가고 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모두가 알 것이다. 종을 치면서 밥을 주는 행동을 반복하면, 나중에 종만 치더라도 개에게 침이 분비된다. 이 실험은 단지 동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구매하는 물품들은 주로 TV에서 광고하거나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TV와 광고에 노출되면, 우리는 광고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선택은 주관식의 답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오지선다형 속에 있다. 한 가지 예로,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은 대학을 진학할 때에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기업과 사회에서 환영받고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선택한다. 이미 자의의 선택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준 선택지들 중에서 답을 고르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이용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특정 정당을 홍보하는 색깔과 단어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유사한 일이 2012년 미국의 대선 때에 있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12년 대선을 가리켜 최초의 빅데이터 대선이라고 표현했는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메시지들을 SNS와 각종 인터넷에 유포했고, 이 광고물들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언론과 광고들에 반복적인 노출이 된다면 수많은 매체와 광고들을 접하는 우리는 매체라는 감옥 안의 힘 없는 인간일 뿐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우리의 침샘은 그들의 종소리에 반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빅데이터가 단지 이러한 TV와 광고, SNS 등에만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만약 어떤 기관에서 범죄자들이 어떠한 검색어를 자주 사용하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고, 어떤 장소에 자주 가는지 분석을 하여 데이터를 만들고 통계를 낸다면, 추후에는 잠재적인 범죄자들을 가려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감시하고 일어나지 않은 범죄를 예측하여 누군가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아가는 ‘빅데이터’의 이용이 과연 옳은 일일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각본이 단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의 자유는 박탈당했다. 이제는 ‘어떤 집을 살까?’, ‘오늘은 어떤 음식을 먹을까?’ 혹은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갈까?’와 같은 제한된 선택지 안의 자유만을 가진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말이다. 24시간 쉴 새 없이 카메라에 감시당하며 각본에 짜인 삶을 살아가는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우리에게는 우스꽝스러워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와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은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이 ‘빅데이터’ 안에서 감시되는 우리가 어찌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을 보고 우습다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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