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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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사이먼 싱
‘n이 2보다 클 때 x^n + y^n = z^n은 정수해를 갖지 않는다.’ 라는 피타고라스 정리의 연장선상에 있어 보이는 이 간단한 정리는 그간 많은 수학자와 지성인들의 학구열을 북돋았으나, 근 350여 년간 함락되지 않은 철옹성과 같은 정리였다. 이 정리와 관련해서는 고등학교 시절, 누군가가 당대 내노라하는 수학자들도 풀지 못하였다며 소개한 이 정리를 보며 시큰둥해하면서도 독서실에 돌아가 ‘x^n + y^n = z^n’을 연습장에 써놓고 골똘히 사색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17세기 프랑스에서 법률가이자 아마추어 수학자로 활동했던 피에르 드 페르마가 제안한 소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불리는 난제는 지난 수백 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좌절시켰으나, 영국의 수학자인 앤드류 와일즈(Sir Andrew John Wiles)에 의해 1994년에 그 증명이 완료되었다. 이후 앤드류 와일즈는 당대에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수학자 중 하나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비록 필즈상을 수상하지는 못하였으나 그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수학연맹(IMU)로부터 은판과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도 수여받는 등 영광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책은 앤드류 와일즈가 유년시절 수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페르마의 정리를 마주하고 우여곡절 끝에 이를 증명해나가는 모습을 천천히 보여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여느 학자나 겪을 만한 연구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좌절한 난제에 일생을 바친 그의 이야기는 예상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여러 사람들의 무수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증명이 불가능하다, 정리 자체가 잘못되었다, 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에서 1993년 케임브리지 학회에서 와일즈는 정리의 증명 과정을 담은 논문을 처음 발표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기까지 수고한 그의 노력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지만, 하늘이 도왔다고 할 정도로 그의 연구는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기 위한 방향으로 곧게 나아간다. 그의 원래 전공은 타원곡선에 대한 것으로, 타원곡선 연구가 대세라는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아 이를 전공으로 선택하였으나 페르마의 정리와 연관성이 매우 적었다. 이러는 와중에 현대수학은 계속적으로 발전해나갔고,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를 이어주는 근간을 마련하는 ‘타니야마-시무라 추론’이 맞음을 증명하면 페르마의 정리 또한 증명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페르마의 정리 증명으로의 포석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있을 때, ‘타니야마-시무라 추론’과 ‘리벳 증명’을 통해 페르마의 정리와 타원곡선과의 접점이 생기면서 그의 페르마의 정리에 대한 열정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1994년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최초로 증명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책을 덮고 처음 드는 생각은 ‘운칠기삼’이었다. 실제로 앤드류 와일즈가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는 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현대수학의 발전, 본래는 정리와 무관한 분야인 타원곡선 전공 등 여러 가지 우연들이 절묘하게 일치하게 되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처음에는 시대와 시간이 만들어 낸 걸작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이내 이런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러한 배경이 우연적이기는 하나, 페르마의 정리에 대한 그의 집념과 노력은 분명 당대의 누구보다도 집요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정리의 증명은 극적인 우연들의 밥상에 와일즈가 숟가락을 얹었다기보다는, 당대의 수학자들에게 공평하게 찾아온 기회에 대해 누구보다 준비되어 있던 와일즈가 스스로 그 기회를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삶은 평등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생은 불공평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한 여부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앤드류 와일즈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증명 과정을 보면서 열정을 가지고 준비되어 있는 자만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머쥘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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