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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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김충선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누군가가 나의 백 살 생일잔치를 준비하고 있다면 그 날 아침의 기분을 어떨까. 백 년의 긴 시간동안 잘 살아왔다는 안도감과 만족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마지막을 보이는 인생의 끝자락을 느끼며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아침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보통은 현재 있는 곳에 익숙한 채로 남아 반복되는 하루를 담담히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 ‘알란 칼손’의 백 살 생일 아침의 기분은 여느 어르신들과는 달랐다. 다른 어르신들에게는 안전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로 여겨질 수도 있는 양로원은 그에게는 지루하고 진부한 곳이었으며, 이 곳 에서 백 살 생일을 맞이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백 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찾아다는 것을 즐겼던 그에게는 진부하고 지루한 장소일 뿐이었다. 백 살 되는 날 아침 양로원 어르신들과 직원들이 그의 생일잔치를 준비하고 있을 때, 알란은 드디어 그의 방에 있는 조그마한 창문을 열고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다.
이 책은 두 개의 줄기로 나뉘는데, 하나는 창문을 열고 양로원에서 도망쳐 나와 갱단의 돈가방을 훔쳐 여행을 떠나는 백 살 어르신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유쾌하게 묘사된 그의 지난 백 년 간의 삶의 이야기이다. 성장기 시절 폭탄을 만드는 지식을 습득한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 프랑코 장군과 친구가 되고, 미국의 맨하탄 프로젝트 회의실에서 커피를 타다가 원자폭탄 제조에 기여를 하여 미합중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과도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해리 트로먼과의 인연으로 마오쩌둥과 싸우러 중국에 가지만 마오쩌둥의 부인을 구해줌으로써 마오쩌둥과도 친구가 된다. 이 뿐 아니라 스탈린에 의해 블라디보스코트 노동 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하기도 했으며, 노동 수용소를 탈출해 북한으로 들어가 김일성과 김정일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그리고 심지어는 너무나도 중요해서 자신의 목숨 뿐만이 아니라 세계 역사를 바꿀 수도 있을 해프닝들을 ‘알란 칼손’ 이라는 사람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유쾌하게 극복해낸다.
나는 좋은 책이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책을 내려놓아도 머릿속에 혹은 가슴속에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여운이 남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였는데, 이 책을 덮었을 때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은 장면은 백 살이 된 할아버지가 창문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바로 그 장면이었다. 나도 백 살이 되었을 때, 아니 꼭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는 누가 생각해도 어색할 나이가 아니더라도 어느 주어진 환경에 익숙해져버려 빠져나올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내 앞에 있는 나지막한 – 때로는 내 키보다 훨씬 높은 담장처럼 느껴지는 – 벽을 넘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알란 칼손’ 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벽을 넘어 탈출할 수 있었을까?
백 년에 걸쳐서 ‘알란 칼손’ 이라는 한 사람의 행동들과 생각들에 초점을 맞춰 보면서, 그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이러한 벽을 넘는 행동들이 앞으로의 불확실한 것들을 희망으로 보는 긍정적인 생각과 바로 행동하는 실행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내일을 걱정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듯이 그 순간에 만족하며 그 순간에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낙천적인 생각이 비록 허구 속에 인물을 지라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던 나의 마음이 잠시나마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내일에 대한 고민으로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면, 백 살 넘겨 인류의 역사와 함께 숨쉬어온 ‘알란 칼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시나마 낙관적인 미래를 그려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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