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Have Met the Enemy and He Is PowerPoint
페이지 정보

본문
We Have Met the Enemy and He Is PowerPoint

위 그림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이 승리하기 위한 전략들의 복잡도를 도식한 관계도로, 이를 발표한 미국 및 NATO 관계자는 이 슬라이드를 이해할 때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해당 관계도로부터 무엇을 받아들일까.
‘presentation’은 원래 발표라는 영어 단어이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청각 자료를 동반하여 수행하는 발표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남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과정 전반을 가리키기 때문에, 소규모 모임에서부터 기업/국가 단체와 같이 거대한 조직에 이르러 활용도가 높고 가치가 크며 프레젠테이션 스킬이 뛰어난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프레젠테이션은 정보와 경쟁이 중요시되는 현대 사회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발표라는 특성 상 내용이나 발표 기술뿐 만 아니라 시청각적 요소와 같은 감각적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로 평가 받기 때문에, 종이 유인물과 게시물 그리고 OHP 필름 등을 활용하던 과거로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시각적 프레젠테이션 기술이 발전하여 누구나 적극적이고 미려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누구나 인정하는 프레젠테이션의 탁월한 전달력으로 인해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 이러한 프레젠테이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0년 뉴욕타임즈는 미군 장성들의 목소리를 빌어 파워포인트가 갖는 해악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파워포인트는 해당 소프트웨어의 이름이나 파일 확장자가 프레젠테이션을 대변할 정도로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널리 사용되는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이다. 파워포인트가 발표 준비에 있어 우수한 프로그램임에는 여지가 없으나, 문제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아니라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과 발표 의의의 왜곡에 있다.
먼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수고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명확하고 정확한 의사와 정보 전달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소설이나 그림과 같은 작품을 준비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전체적인 구성을 짜고 내용을 작성하며, 이에 적합한 시청각적 자료를 준비한 후 가공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발표를 위한 보조 수단이지만, 보여주기에 급급하여 내실이 아니라 준비와 꾸밈에 집중하여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폰트나 화면 구성 등의 시각적 요소가 미려하고 일관성 있어야 함은 준비의 기본이지만, 과도한 집착은 업무의 효율을 크게 감소시킨다.
이러한 자료 제작 과정에서의 비효율적 자원 소요는 자료를 준비하는 개인의 역량 또는 단체의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인식과 발표 문화에 따라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나,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발표 방식에 내재되어 있다. 파워포인트 등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난해한 사건의 인과 관계나 방대한 자료를 인포그래피나 챠트로 가공하여 정보 전달을 원활히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텍스트에 비해 큰 강점을 갖는다. 때문에 최대한 서술을 지양하거나 개조식으로 기술하고, 그림이나 챠트와 같은 시각적인 요소를 돋보이게 하는 방식이 선호되며 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PPT 작성 요령이다. 이렇게 파워포인트 작성 과정에서 단순화되고 가공되는 정보는 청중으로 하여금 능동적이고 선택적인 정보의 습득이 아니라 화자의 입지가 반영된 주장에 설득당하기 쉽다. 이를 테면 어떤 사건에 대해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 두 가지 요인에 대해 언급할 때, 한 가지 요인을 다른 요인보다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하거나 눈에 띄는 색으로 표기한다면 청중은 일반적으로 보다 눈에 띄는 요인에 집중하게 된다. 글의 첫 문단에 언급한 복잡한 관계도는 얼핏 보면 모든 인과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되 핵심이 되는 부분을 강조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 청중은 강조된 부분 외의 정보는 간과하기 쉽다. 이렇듯 파워포인트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의 장점인 단순화되고 가공된 정보는 설령 정보 자체가 변질되지 않더라도 논쟁과 비판을 억압하고 획일화된 의사 결정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발표 자료로써 파워포인트가 갖는 강점의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일화뿐 만 아니라 몇몇 국내외 최고 경영자들이 업무 효율 증진 및 기업 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파워포인트 사용을 금지한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그들의 주장은 앞서 얘기한 문제점들을 생각할 때 보다 나은 소통을 위해 고려해 볼만 하지만, ‘금지’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들에도 불구하고 파워포인트는 의사 및 정보 전달의 측면에서 탁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활용가능한 도구가 해악이 될 수 있을까. 무엇이든지 사람 나름이라는 말처럼 수단으로써 제대로 이해한다면 파워포인트는 적이 아니라 최고의 업무 동반자가 될 것이다.
- 이전글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15.01.04
- 다음글원씽 15.01.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