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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 오주석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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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승민
댓글 0건 조회 3,730회 작성일 15-01-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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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 오주석 (1999)

 

논어에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은 완전히 얻어서 이를 즐긴다는 것으로, 요즘 말로 쉽게 풀어보면, 노력을 하는 것 이상으로 미쳐 있는 수준이 되어야 그 무언가에 대해 제대로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조금 달리 보면, 이 말은 궁극적인 즐기는 수준이 되어 가는 과정을 알려준다고 볼 수도 있다. 즐기고자 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되면 이를 좋아하게 되고, 그리고 좋아하는 과정이 지속되다 보면 어느새 즐기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인생의 전반적인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이며 우리의 경험을 따라가보면 즐기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 영역도 사람들이 많이 즐기고자 하는 것인데, 널리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 중 많은 것들은 처음 접할 때 이미 그 높은 기술적 수준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런데 유명하다고 하는 작품이라지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이는 그 작품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놀라운 점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피카소의 작품을 보게 되면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한 과거의 작품들과 달리 매우 희한하게 그려져 있으며, 우리가 사람이나 동물 등의 객체를 쉽게 구분해왔던 것과 달리 개별적인 객체를 구별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아서 우리가 가진 기존의 관점으로는 그 작품들이 도대체 왜 대단한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어떤 영역이든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되고 비로소 참 맛을 알아가게 된다. 특히, 평소에 내가 관심이 많은 미술에 대해 이 말은 정말 진리와도 같다. 파리의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에서 많은 예술 작품들을 보았지만, 결국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작품들의 대부분은 평소에 내가 관심을 많이 두고 있던 인상파 작품들이었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서만 ‘알고 있던’ 작품들을 실제로 접했을 때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작가의 섬세한 듯 과감한 붓질과 유화 물감으로 인한 거친 표면이 보이지만,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거친듯해 보이던 느낌은 사라지고 어느새 놀랍도록 안정적이고 때로는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오직 실제로 작품을 접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을 그린 작가의 실제 성격이나 성향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 작품을 그리던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한다. 아직 나는 미술 작품에 대해 즐기는 수준 보다는 조금 알고 좋아하는 정도이지만, 그 조금만 알고 있는 것이 정말 큰 변화를 가져다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문득 어느 날 나는 서양화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내 자신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옛 미술 작품들은 어떠하였는지 그 궁금증이 커지게 되었다. 사실 서양의 그것들만 좋은 줄 알았지,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매우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우리 옛 그림에 대해 알아보고자 둘러본 결과 ‘오주석’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이 우리 나라의 옛 회화를 대중에게 잘 소개시켜 준 대표적인 대중문화 안내서 역할을 한 것을 알게 된 후에 꼭 이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은 나에게 매우 놀라운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는 내가 학부 시절에 ‘미술을 보는 눈’ 이라는 수업에서 교수님이 신윤복의 그림에 대해 잠깐 언급을 하며 그 그림들에 숨겨진 의미들을 얼핏 알려주는 것을 통해 놀라운 충격을 받았던 그때와 비슷하다. 사실 미술 작품들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오주석 씨는 단순한 설명과 안내가 아닌, 읽는 이를 고려하여 글을 쓰셨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우리 나라의 옛 회화를 보는 즐거움을 알려주게끔 글을 쓰셨다. 흔히 이런 류의 책은 ‘옛 그림에 대해 잘 알려주는 책이 없어 내(작가)가 잘 설명하는 글을 썼으니 알고 재미있게 즐겨라’ 라는 뉘앙스의 서문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오주석 씨는 ‘우리 옛 그림’을  ‘찬찬히 요모조모를 살펴보고 작품을 통하여 그린 이의 손 동작을 느끼며 나아가서 그 마음자리까지 더듬어 가늠해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정녕 시간을 넘어선 또 다른 예술 공간 속에서 문득 그린 이와 하나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며 진정으로 옛그림을 즐길 수 있는 자세를 알려준다. 그리고 김명국의 ‘달마상’,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이름은 조금 낯설어도 한국 사람이라면 다들 어디에서든 본 적이 있는 총 11 작품들을 소개해준다. 각 작품들을 소개하는 과정도, 객관적인 설명이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크게 보여지는 장면을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전체적인 느끼는 바를 ‘이야기’하며, 그 다음으로 부분부분에 대해 조금 더 면밀히 관찰하는 바를 이야기 해준다. 알고 있는 사람이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이야기’ 하는 시선으로 글이 쓰여져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게다가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 이른바 작품에 등장하는 돌, 물, 나무, 가지, 선비 등, 이나 선의 굵기, 색의 명도, 붓질의 느낌 등에 대해 알려주는 과정에서는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작가의 성품이나 그려진 대상이 동양학적으로 (혹은 한국적으로) 가지는 의미 등을 함께 소개시켜 준다. 따라서 저자가 감상한 것을 듣는 과정이 재미있는데, 거기에 배경 ‘설명’이 어우러져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켜주며 그림을 보는 (혹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켜 준다. 그래서 서양화 또는 현실적 기준에서는 이상하게 그려졌다고 보여지는 그림들이 우리 옛 그림에서 많이 보여짐에도 그것이 ‘이상하게’ 혹은 ‘잘못되게’ 그려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책에서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읽어볼 때마다 그 작품이 얼마나 놀라운지 그리고 그 작품을 이렇게 잘 알려주는 저자 또한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놀라운 느낌이 사라지지 않으며 또한 한줄한줄 글을 읽을 때마다 그 놀라운 표현력에 계속 감탄하였다. 무엇보다 우리 옛 그림들이 이렇게 훌륭한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크게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한번만 보면 그 참 맛을 알지 못 한다. 설령 한눈에 놀라운 작품이라고 느껴지더라도, 한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그리고 여러 번 보다 보면 어제와 오늘 보는 느낌이 다르고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맛을 알아간다.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보다 보면 자연히 미술을 보는 수준이 올라가게 되고, 이는 결국 다른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조금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무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그것을 만든 사람의 노력과 흔적이 조금씩 보이고,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글을 읽을 때에도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놀라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나의 취미 생활인 사진에 있어서도 이 부분은 통한다. 프레임 안에서 이루는 주피사체에 대한 느낌, 심도를 이용해 주제를 부각시키거나 지워버리는 표현, 그리고 프레임 밖에 어떤 것이 있는지 예측하는 것, 빛을 어떻게 활용하였가 하는 등에 대한 관찰이 얼마나 노이즈나 흔들림 없이 선명하게 찍었느냐 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사진을 보고, 사진을 찍으면 어느새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질을 훨씬 풍요롭게 해주는 놀라운 것이다. 다른 이들도 이 책을 통해 즐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알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으면서, 저자의 표현을 빌리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그림을 아는 사람은 설명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그림을 즐기는 사람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거기에 그려지는 대상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산수화를 즐기는 사람은 삶 속에서도 자연을 찾고, 꽃 그림을 즐기는 사람은 삶 속에서도 꽃을 키우며, 인물화를 진정 즐기는 사람은 삶 가운데서도 사람들을 사랑하게 마련이다. 그것도 그냥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생태까지도 마음 깊이 이해하는 참사랑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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