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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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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유진
댓글 0건 조회 3,838회 작성일 15-02-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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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영화 <폭력의 역사>의 주인공 톰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갖는 소시민이다. 오히려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범죄자들에게 총기는커녕 소극적 방어조차 하지 않고 먼저 현금을 내놓으며 돌아가라고 사정하는 그의 모습은 마초적인 범죄자들과 대비되어 그를 더욱 유약해 보이게끔 한다. 그러한 그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들 잭 또한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동급생에 대해 스스로를 낮추며 폭력에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톰과 그의 가족의 모습은 헐리우드 매체에서 자주 보여주는 진취적이고 강인한 미국인의 일반적인 모습과 거리가 멀지만, 일상 속에서 늘 존재하는 조그마한 잡음들을 우회하며 원만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과 다르지 않은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가장과 가정의 모습이다. 하지만 톰이 선의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계기로 단란한 가정은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범죄자들이 여종업원을 해하려는 모습을 보고, 톰은 그제서야 움직인다. 선의에 따라 정당한 방어를 취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범죄자를 살해하는 모습은 지나치게 능숙해 보인다. 어쨌거나 이를 통해 작은 도시의 영웅으로 떠오른 톰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실은 과거에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던 인물 ‘조이’ 임이 밝혀지게 된다. 지방 소도시에서 ‘톰’으로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던 ‘조이’는 얼떨결에 찾아온 과거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잠재되어 있던 폭력성을 분출하지만, 이러한 그의 모습으로부터 톰과 더불어 가족 전체에 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영화 제목인 <폭력의 역사>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류가 갖는 보편적인 폭력성,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어느 개인의 이야기 그리고 그로인해 타인(가족)에게 되풀이되는 폭력이 그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문화와 사회 체계를 발전시킨 현대 인류에게 수단으로서의 폭력은 미개했던 과거의 유물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격투기 대회와 같이 규범 내의 엔터테인먼트 성격으로 여전히 사람들의 폭력성에 대한 지향은 잔존해 있다. 이러한 폭력과 살인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평온한 삶에 찾아온 위협에 대처한 톰이 소도시의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살인이 정당화되는 듯 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 동안 인류의 폭력은 규모를 불문하고 다양한 근거를 통해 행해졌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면, 톰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가족과 스스로를 위한 투쟁이며 이는 과거부터 인류가 지속해 온 폭력의 작은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시대에 따라 그리고 입장에 따라 구체적인 형태를 달리할 테지만,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든 앞으로도 인류사에서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작품은 인류가 지닌 광기와 폭력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느껴진다.


  또 다른 의미로는 과거 폭력의 역사를 벗어나 소시민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조이’에 대한 역사이다. 안정적으로 꾸려온 삶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 톰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급작스레 찾아온 시련을 통해 결국 그의 천성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생존을 위한 방어 수단으로써 폭력을 행사한다고는 하나, 새 출발 후 십여 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거리낌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톰의 모습은 과거 약한 자에 대한 폭력을 무자비하게 휘둘러온 조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그의 모습은 과거에 대한 회개가 아닌 은폐만이 가득하며, 천성을 억누르지 못한 체 폭력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 남자의 느와르는 표면적으로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폭력의 역사이다.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전염시킨 폭력의 이야기를 들 수 있는데, 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력은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인 대상은 아니나 그의 폭력은 희생자뿐 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전염된다. 선량한 가장이자 아버지인 톰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뒤 나타나는 아내의 두려움과 아들의 거부감 및 폭력성은 톰이 자신이 외면했던 모든 과거를 청산하고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잔재가 그의 가족에게 뿌리 깊게 박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잔재가 또 다른 폭력과 불운한 과거를 답습해 나가게 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으나, 이들이 예전과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영화는 톰(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폭력의 근원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묻지만, 개인적으로는 조이와 톰의 관계에 보다 관심이 갔다. 조이와 톰의 관계는 하이드와 지킬 박사의 관계와 유사하다. 그들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본인이 지향하는 삶을 위해 천성을 자제하며 살아간다. 잠재되어 있는 천성과 후천적으로 성립한 가치관 중 어떤 것이 지배적이며 삶을 좌우해야 옳을까, 그리고 그러한 가치관들이 타인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누구나 갖는 고민이지만 개인적으로 깊은 성찰을 가져본 적이 없다. 주제 자체가 다소 모호하고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를 되내이는 것 자체가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내는 과정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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