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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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크고 작은 다양한 공동체 사회에서 배려와 양보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는 타인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모여 공동의 이익을 위해 나아가려면, 서로를 향한 배려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에서는 직급이라는 이름 아래 상사와 부하가 구분된 수직적 구조가 형성되기도 하고, 모두가 동등한 수평적 구조가 마련되기도 한다. 어떤 환경이든 배려와 양보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자세 그 자체는 공통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배려와 양보가 과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공동체 속에서 그러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배려의 기준이 점점 높아질 것이다. 또한 남의 의견에 편승하며, 주관이나 줏대가 없는 사람처럼 비쳐질 수 있고,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스스로를 소모하게 될 위험도 있다. 그렇기에 사실 진정한 배려란 자기 자신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켜야 할 것과 양보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분별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한편 반대 입장에서 바라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소신과 개성이 필요하다. 각자가 겪어온 경험과 생각,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더욱 그러하다. 나의 중심을 유지하는 것은 사회 속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일이며, 이를 통해 나는 내 주장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소신과 개성 역시 과해지면 아집으로 치부되거나, 고집불통이라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때로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여겨질 여지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즐겨보는 드라마나 매체 속 주인공들을 떠올려 보자. 그들은 대개 개성과 소신을 바탕으로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비록 그것이 급진적이거나 비사회적으로 보일지라도, 우리는 오히려 그러한 태도에서 매력을 느끼며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실에서는 개성과 소신을 지켜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보여주는 현상일 것이다. 즉 나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것은 현실에서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나는 몇몇 개인적인 일을 겪으며 스스로에게 자주 묻곤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선호하고, 무엇을 혐오하며, 그것들의 근간이 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그렇게 나의 내면과 대면하며 과거의 행동들을 반추한다.
한 때 나는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모두 들어주고 내 의견을 굽히며 “Yes man”을 자처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무리한 부탁까지 받는 경우도 있었고, 정작 상대는 그것을 고마움보다는 당연하게 여긴다고 느끼곤 하였다.
다른 한 때는 바쁜 상황을 핑계로,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내 생각만이 옳다고 밀어붙이며 타인의 제안, 의견 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집불통’ 이라고 여겨질 때도 있었다.
위의 상황 모두에서 나는 각각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었다. 하지만 이 경험들을 돌이켜보면 분명한 것은, ‘배려·양보·겸손’의 덕목과 ‘소신·개성·주관’의 덕목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양립하여 존재하는 가치라는 사실이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어느 한쪽이 더 강하게 드러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결국 답은 균형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 처럼, 덕목은 지나침과 부족함 사이에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지나친 배려는 자기 소모로 이어지고, 지나친 고집은 타인과의 소통을 잃게 한다. 따라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우리는 삶의 한가운데에서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 과정 속에서 가치관을 확인하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떠한 상황과 맥락, 환경 등과 마주하여도 우리 자신이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버텨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보고 바라보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내 안의 ‘나’ 와 끊임없이 마주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공동체 속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고 동시에 나 자신과도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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