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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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보수하다 보면, 별것 아닌 듯한 사소한 부품 하나가 경고 알람을 울리는 것을 적잖게 본다. 가령 개당 백원 남짓하는 gasket 하나가 새어 나오는 누설 압력을 붙잡지 못해 억 단위를 호가하는 장비의 운용이 제약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어이없어 실소가 나오다가도 계획해 둔 실험을 생각하면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작은 O링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정밀하게 구조화된 설계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복해서 목격한다. 이와 같이 도면 한 귀퉁이에 점처럼 표기된 부품, 혹은 아예 너무 당연해 표기조차 되어 있지 않는 존재가 실사용의 전체에 미치는 역설적인 영향력은 문득 나의 편협한 사고를 되짚어 보게 했다. 우리가 무심코 사소함이라 부르는 것들은, 어쩌면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기에 사소해 보였을 뿐인지도 모르겠으며, 그 작음이 작동에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경험해 보면 말이다.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사회가 굴러가고, 혹은 회사가 운영되기까지 우리는 모두 다른 크기의 톱니바퀴처럼 그 자리에서 쉴 새 없이 제각기 돌아간다. 그리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과 업무 사이에서 우리는 종종 나보다 더 큰 바퀴가 되길 갈망하고, 상대방의 크기를 보며 부러움과 시기심을 번갈아 품는다. 반대로 자신보다 작은 톱니바퀴를 볼 때에는 안도와 위안을 얻기도 하고, 어떠할 때는 무시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산·학·연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핵심 전략기술의 전면에서 빛나는 역할을 추구하였고, 그러한 역할을 맡기 위해 지금까지의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신기하게도 수학을 계속하여 이어가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듯했다. 그러나 큰 톱니가 토크를 전한다면, 작은 톱니는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조율한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한다. 서로 다른 임무를 가진 두 톱니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거대한 구동계 전체가 의미를 잃는다는 것과 함께. 그렇다 역할의 경중은 감히 우리가 재단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크기는 위계가 아니라 역할의 차이일 뿐이라는 자명한 진리를 우리는 알고도 모른 척 외면한다. 그렇게 치형 하나의 편차가 전체를 무너뜨리듯,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리의 부재는 곧 공동의 실패로 이어지곤 하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보잘 것 없지만,
화려하거나 열렬하거나 명확한 것은 없었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클 수 있다는 것을.”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한 모듈 안의 눈에 띄는 거대한 바퀴가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바퀴의 기준과 습관의 총합으로 결정됨을 알게 된다. 이제는 화려함을 갈망하며 스스로를 재단하던 비교의 잣대를 내려놓고 나의 자리에서 스스로 통제가 가능한 것부터 꾸준히 갱신해 가는, 문제를 향해 나아가는 능동적인 태도에서 시작하려 한다. 화려함에 홀려 눈이 멀거나 사소함을 하찮게 보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앞에 펼쳐진 일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나를 규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함과 동시에 나의 가치는 직함의 크기에서가 아닌 필요한 순간 앞으로 한 발 내딛는 주도적인 태도의 습관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한다. 그렇게 능동성이 다져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크고 작은 단순한 바퀴들이 아닌 하나의 구동계를 동작시키는 하나하나의 소임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니 나는 나의 크기를 키우려던 어리석은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맡겨진 자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눈에 띄지 않는 미미한 gasket 이나 O링 처럼 보일지라도, 세계의 중요한 가치가 새지 않게 막아 정상의 동작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 된다면 기꺼이 그 자리를 선택하겠다. 그 선택은 더 큰 것을 향한 포기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온전한 기능을 위한 책임이며 타인의 자리를 존중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세상에 필요 없는 톱니는 없다는 믿음과 능동적인 태도는 나를 경쟁에서 협력으로, 비교에서 공감으로 이끌어 준다. 오늘도 나는 한 개의 치형을 정성스레 다듬는다. 이 작은 스스로의 움직임이 거대한 세상을 돌리는 시작임을 믿으면서, 그리고 언제나 주어진 각자의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하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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