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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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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윤서
댓글 0건 조회 1,599회 작성일 25-10-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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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품위》
- 최서영 -




  스물다섯이 된 지금, 나는 가끔 ‘어른’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법적으로는 이미 성인이 된 지 오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미숙하고 불안한 구석이 많다. 사회에 완전히 발을 들인 것도, 그렇다고 학생으로 남아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자리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른으로 산다는 게 대체 어떤 일인지 잘 모르겠을 때가 많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조용히 다가와 “그렇게 불안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서 작가는 ‘품위’를 겉모습의 단정함이나 예의 바른 태도 같은 외적인 형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품위란 무너져도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말한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그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매일이 똑같이 흘러가고 특별한 일도 없지만, 그 평범한 하루를 어지럽히지 않으려 애쓰는 것,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런 사소한 다짐 속에 어른의 품위가 있다는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완벽해야만 품위 있는 게 아니라, 무너질 때도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이 품위라는 작가의 말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기록은 나를 나로 기억해준다.”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읽었다. 요즘은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어제와 오늘이 구분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일상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만큼 바쁘게 흘러가지만, 그래서 더 쉽게 마음이 닳아버린다. 그럴 때 잠시 멈춰 메모 한 줄이라도 남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읽고 알게 됐다. 기록은 성과를 남기기 위한 게 아니라, 오늘의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일이라는 작가의 말이 잔잔하게 남았다.

  후반부에서 작가는 관계 속의 품위를 말한다. “받은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주며 살아가고 싶다.”라는 문장은 단순하지만 오래 머물렀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늘 계산적이고, 피로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나 역시 여유가 없을 땐 말이 거칠어지고,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보다 내 감정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작가는 품위란 결국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마음의 결이라고 말한다. “서로에게 다정할 것”이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다정함이란 거창한 친절이 아니라 한 번 더 들어주고, 조금 더 기다려주는 일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른의 품위’라는 말이 예전보다는 조금 가까워진 듯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성공이나 완성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견디고 살아가는가의 문제라는 걸 이 책이 알려줬다. 아직 나는 불안하고 부족하지만, 어쩌면 그 불안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천천히 나아가는 것도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일지 모른다. 빠른 세상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돈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품위 있는 하루 아닐까 싶다.

《어른의 품위》는 내게 ‘이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 대신, ‘조금씩 자라가면 된다’는 다정한 여운을 남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다는 위로. 어쩌면 품위란 그런 여유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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