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백종수
댓글 0건 조회 825회 작성일 25-11-02 19:34

본문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조태호 지음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 에는 붉은 여왕이 나온다. 붉은 여왕의 손을 잡고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던 앨리스. 문득 아무리 달려도 주위 풍경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붉은 여왕을 향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어본다. 

“이상해요. 제가 있던 세상에서는, 이렇게 빨리 뛰면 보통 어딘가 다른 곳에 도착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여기선 왜 주위 풍경들이 그대로죠?” 

“거긴 느려 터진 세상인가 보군.” 여왕이 대답한다. “여기에선 보다시피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뛰어야 제자리에 머무를 수 있단다. 만일 어딘가로 가고 싶으면 두 배로 빨리 뛰어야만 해!”

 

 의료기기 영업사원, 유학생, 연구원, 선교사, 그리고 두 자녀를 둔 한 집안의 가장. 한 남자의 역동적인 실제 삶을 마치 영화를 감상하듯이 깊게 몰입하며 읽었다. 그는 평온하고 한 곳에 오래 정착하여 적응하는 삶보다 선택과 변화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단단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정확하게는, 생계가 어려운 와중 곤란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자주 겪었고 그는 그것을 극복하는데 노련해진 사람이었다. 그의 치열했던 삶의 기록을 따라가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작은 교회의 전도사가 되어 통기타를 매고 경건하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의 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보았을 때,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러나 또다시 세상은 재능이 많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고, 현재 그는 딥러닝을 이용해 치매를 예측하는 연구 조교수로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모든 일을 기쁨으로 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과, 공부와, 학위와, 시간을 버리는 일까지도 나는 할 수 있는가? 저자가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다. 어렵고 극단적이었던 이 물음이 책장을 덮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적으로 들렸다.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면 적어도 나는 더할 나위 없이 바랄 것이 없다. 결국엔 그것이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나태하고 정체된 나를 일깨워주는 도전적이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영감을 주는 귀인들이 내 곁에 있다. 나와 사뭇 다른 성향의 사람들일수록 그들과 많이 충돌했고, 때론 요동치게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만큼 그들에게서 본받을 점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고,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 괴테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