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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살다 - 12년 9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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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위주형
댓글 0건 조회 3,743회 작성일 15-01-04 23:51

본문

 

< 삼성을 살다 - 12년 9개월 >

 

 

 

 

 

‘그럴듯한 포장지 따위를 걷어내고 보면 ’프로‘란 밥 값 이상을 하는 직원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밥 값‘엔 업무능력 보다는 서열화 된 인간관계 속에서의 인내심 같은 것들이 훨씬 더 많이 포함된다는 사실도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 책 중에서..

 

대한민국의 조직 사회는 대부분 서열이나 위계질서를 상당히 중요시하며 특히 ‘상명하복’은 조직의 관례처럼 이미 뿌리깊이 그 안에 박혀있다. ‘상명하복’은 조직이라는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항목이지만 때로는 수많은 부조리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는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이다. 그 중에서 여성들이 당하는 성희롱, 성폭행 등의 이슈는 최근 대한민국 뉴스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물론,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 범죄가 큰 이슈가 되면서 집중 조명되고 있을 뿐, 과거 여성들의 성적 피해 사례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은 취업에서의 남자와의 차별 문제뿐만 아니라 이러한 성적 피해 등을 감수하며 어렵게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참고 참으며 성공한 여성들을 우리는 ‘프로’라 부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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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삼성전기에서 근무하던 이은의 대리의 자전 에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삼성의 여직원으로 살아온 12년 9개월을 글로 엮었다. 그녀는 똑부러진 일꾼이었다. 여직원이라서 답답하고 억울할 때가 많았지만, 그럴수록 인정받는 ‘프로’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런 그녀를 주저앉힌 건 상사의 성희롱이었다. 회사도 동료도 피해자가 된 그녀를 외면했다. 프로가 되기 위해 애쓰던 그녀는 졸지에 무능력한 직원이 되어버렸다. 가능한 선택은 두 가지였다. 사람들의 충고처럼 적당히 참거나, 싸우는 것이었다. 그녀의 선택은 후자였다. 꿋꿋이 회사를 다니는 한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5년여의 싸움 끝에 승소했다.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처음에는 그녀도 참았다. 그러나 성희롱은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울부짖었다. 여자가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무슨 죄라도 되는 건지, 왜 나는 '나를 만지지 말라'는 한마디 요구도 할 수 없는 건지... 그리고 인사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그 후 그녀에게는 인사팀의 문제회피, 가해자 감싸기와 부서배치에서의 불이익, 업무배제, 고과누락, 왕따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피해자의 눈물, 해직, 황폐해진 인생, 우리는 이런 것들을 쉽게 떠올린다. 그러나 그녀의 스토리는 달랐다. 결과적으로 웃었으며 자기의 행동이 옳았음을 밝히고 당당하게 삼성을 떠났다.

불안했지만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힘들었지만 용기를 내서 당당히 맞선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성적 피해 사례였지만 만약 다른 피해 사례로 내가 그 위치에 있었으면 나를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 나는 그냥 참고 일하는 쪽의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린 나이에 그것도 왕따를 당하는 어려운 처지 속에서도 회사를 퇴사하지 않고 당당히 회사와 맞서 싸웠다.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 그리고 그 삼성이 기용한 변호인단을 상대로 5년 이란 긴 세월을 싸워 이겨낸 그녀는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한 인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비단 ‘삼성’이라는 그룹에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에서 ‘삼성’이란 그룹의 불합리함 보다는 대한민국의 불합리함과 그 불합리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가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을 읽고 관련 뉴스들을 읽던 중에 내가 알고 있지 못하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여성취업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 여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고, 고학력직업일수록 여성 비율이 매우 낮았다. 그리고 여성들이 느끼는 조직 내에서의 남녀차별 문제가 매우 크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는 내가 남성이기에 뉴스를 보고 들어도 관심 있게 생각하지 않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반성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무수히 많이 성적 피해를 당하는 여성들의 사례를 보면서 같은 남자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내의 이러한 불합리함이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그 범위와 종류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곪아 있던 군대 내 문제들이 터지고 터지면서 GP 총기난사 사건,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으로 번지고 있다. 20대의 젊은이들이 군대라는 문화의 잘못된 상명하복 악순환으로 인해 별 의식 없이 후임들을 괴롭히거나 구타하는 것은 수십 년간 이어온 잘못된 조직문화의 산실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갑을(甲乙) 관계’를 유행시킨 남양 기업의 횡포, 얼마 전 일어난 대한항공 조 부사장의 땅콩 회항 등... 대한민국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연이는 이러한 불합리한 사건들은 우리나라에 뿌리 깊게 박힌 조직 문화의 폐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삼성을 살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을 살다’라는 제목으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정권에서 그렇게 외치고 있는 ‘소통(疏通)’. 작게는 가족 안에서부터 기업, 그리고 국회와 청와대 모두 이러한 소통을 통해 좀 더 발전적이고 인간적인 대한민국 문화를 만들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광복 이후 뿌리 깊게 박힌 양성차별, 잘못된 상명하복, 갑을 횡포에서 벗어나 이제 좀 더 젊은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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