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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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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충선
댓글 0건 조회 5,798회 작성일 14-10-0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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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촛불집회라고 불리던 대규모 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촛불을 들고 나오면서, 정책에 대한 철회 혹은 재고를 부르짖었는데, 이 촛불집회에 대상이 되었던 정책 중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정책 중 하나가 바로 한미 FTA협상에 관련된 정책이었다. 미국과의 FTA협상이 이루어지면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낮아지게 되고 이는 자국민들이 생산하는 같은 품목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자국 물품의 구매 의욕을 감소시키고 관련 종사자들이 먹고살기가 힘들어 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FTA협상의 성패는 결과론적으로는 몇 년 혹은 몇 십 년 뒤에 명확히 판단되어 지겠지만, 시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더 타당하던, FTA협상을 밀어붙여 개방을 하는 것이 공공선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던 FTA 협상과 그에 따른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에게 무의식적으로나마 시장 개방과 세계의 자유경제시장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 특히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시일을 다투며 체결되고 있는 강대국 간의 FTA 협상 추이를 보면, 자유경제 시장과 시장개방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전세계적을 확장되고 있는지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시장 개방을 보면서 대다수 강대국들의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통제가 최소화된 자유시장경제가 경제 발전에 최선책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개발도상국들이 강대국들에게 정책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경제학자들과 WTO, IMF 등 국제기구들이 주장하고 강요하는 것처럼 재화와 화폐의 흐름을 정책적인 통제 없이 자유 시장에 흐름에 맡기는 것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에 정말로 이익이 될 것인가?

 

   수많은 사례가 이 물음의 반대결과를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써 현대의 자유 무역 이론은 매우 간단한데, 어떤 나라든 일부 생산물에 대해 비교 우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든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생산 요소를 사용하는 생산물에 대해서 우위를 가지는데, 이렇게 생산된 생산물을 관세 없이 자유롭게 거래함으로써 거래 양자의 최적의 이익을 도출해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론에는 무서운 함정이 숨겨져 있는데, 강대국들의 경우 우위를 가지는 생산품이 고도의 기술적 발달로 인한 이윤이 높은 제품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이 현저히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은 농작물이나 수공업 등으로 만들어지는 상품들이 비교 우위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관세나 규제 없이 자유 무역을 시행하고, 비교 우위인 상품에 집중 할 경우 개발도상국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술적인 사업들을 키우지 못한 채로 남겨지게 될 것이고, 이는 강대국들과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WTO와 IMF 등 강대국들이 주축이 된 국제기구에서는 관세를 최대한 낮추라는 식으로 개발도상국들을 압박하고 있는데, 사실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처럼 현재 개발도상국들에게 관세를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는 나라들이 경제성장기에는 각국에게 유리한 상품에는 상당히 높은 관세를 책정해 놨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렇게 전략적 상품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여 보호함으로써 경쟁력을 만들어낸 극단적인 예는 일본의 도요타에서 볼 수 있는데,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내놓을 만한 자동차를 만들어 내지 못하였지만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자동차 산업을 세계 정상에서 어깨를 견줄 만큼 발전시킨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강대국의 원조를 가장한 압박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관세 철폐와 자유주의경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단기적인 소비 상승 등으로 인한 경제적 상승효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술과 경제의 자립적 발전에 심각한 독이 될 수 있다.

 

   한 유대인이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빼앗기고 심한 상처를 입는다. 이 때 신앙심이 깊던 유대인 사제와 레위인은 자신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그냥 지나치지만, 유대인들이 경멸하는 민족이었던 사마리아 인이 다친 사람의 상처를 싸매고 주막으로 데려가 돌봐주라면서 돈을 주기까지 한다. 이 비유는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비유 중 가장 유명한 비유 중 하나인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로써 여기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말은 남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일상적인 말이 되었다. 이에 반해 저자는 세계 자유경제 시장과 개방을 전체적인 주제로 한 이 책의 제목으로 ‘나쁜 사마리아 인들’ 이라는 표현을 등장시키는데, 이는 이 비유를 토대로 해석해 보았을 때 난처한 상황에 처한 개발도상국들의 처지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진심어린 경제적 도움 혹은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해 주기는커녕 그런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려 한다는 데서 이러한 제목을 사용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라는 제목은 현재의 유리함을 이용하여 무조건적인 시장경제개방 이외에 특허권의 강화 등으로 자신들의 지위를 견고히 하려는 경제적 강대국들의 횡포를 묘사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보면 건강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무조건 적인 개방 보다는 적절한 관세 등의 효율적인 정책으로 자생력을 키우면서 성장해야 한 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들과 함께 다시 한미 FTA와 우리나라의 성장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중요한 것은 적절한 규제와 개방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면서 함께 표면적으로도 성장해 가는 정책과, 그 정책들을 정하고 시행하는 공무원들의 역량 강화와, 그리고 양질의 교육과 창의적인 사고 장려를 통한 끊임없는 혁신적인 기술 확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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