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와 사랑 / 헤르만 헤세
페이지 정보

본문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
이성과 감성의 세계는 분리된 것인가, 아니면 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어딘가에는 존재할 접점에서 융합이 가능한 것일까?
나르치스는 마리아브론 수도원의 희랍어 선생으로, 책의 말미에는 수도원 원장이 되는 사람으로써,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에서 ‘이성’에 의해 평생을 이끌려 살아온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끊임없는 사상과 학문의 정진, 그리고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재능을 통해 누구보다 뛰어난 신학적, 철학적 지식을 쌓아올릴 수 있었고, 그 지식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마음을 꿰뚫을 보는 눈으로 감성에 충만해 있던 수도원의 한 학생, ‘골드무트’ 의 길을 그의 본연의 길로 인도해 줄 수 있었으며, 상반된 본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었다.
어느 날 수도원의 학생으로 수학하게 된 골드무트는 기억의 한편에 책이 전개되는 내내 감정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어머니’를 묻은 채 신학자로써의 교육을 받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수도원의 스승 중 하나였던 나르치스는 그의 본성을 꿰뚫어 보았고, 골드무트가 계속해서 나르치스와 깊은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의 본성속에 있는 순수한 감성, 육체적 사랑에 대한 욕구, 그리고 이성과 사고를 탐구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 등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골드무트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수도원 바깥 뜰에서 잠이 들게 되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여자와의 사랑에 대한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사건 이후 곧바로 그는 수도원에서의 이성적이고 평온한 삶을 뒤로하고,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 그의 본성의 모습을 찾아 방랑자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방랑자로써의 삶 속에서 그는 인간의 고통, 사랑, 쾌락, 슬픔 등의 가정을 학문이나 연구를 통해서가 아닌 온 몸과 눈으로 느끼고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인간의 궁극적인 감성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게 된다.
인생의 대부분을 인간의 본성이 시키는 대로 방랑하면서 보내던 그는, 결국 백작 부인과의 밀애가 백작에게 발각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사형이라는 형벌을 받고 죽음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는 그가 정말 사랑했던, 지금은 수도원 원장이 된 나르치스와 대면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사형을 면하고 수도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수도원으로 돌아간 그는, 방랑시절 익혔던 조각기술로 수도원의 조각상들을 조각하게 되고, 나르치스는 그 조각상들을 보고 감탄하며 이성으로만 하느님께 다가갈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나르치스와 같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성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혹은 집시나 히피족과 같이 온전히 감성에 이끌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나처럼 이성과 감성의 중간에서 순간순간 줄타기를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를 보면, 항상 이성적인 것을 추구하면서도, 또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사고하기를 종용받아 왔으면서도,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나 혹은 정말 힘든 상황이 되었을 때, 감정에 이끌리어 닥친 일들을 처리해 왔던 경우가 허다했다.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이성에 반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옭아매기 일쑤였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데는 꽤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러한 죄책감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런 죄책감들을 가지는 것이 옳은 일일까?
책을 읽으며 들었던 이런 물음들의 해답은, 물론 지금 완벽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생각을 정리하며 조금씩 윤곽이 보이는 듯 했다. 책장을 넘겨 가면서 나르치스의 이성적인 삶에 대해 동경을 품기도 했고, 골드무트의 감정대로 이끌리는 삶에서 자유분방함의 행복감과 무질서한 삶의 강력한 불안감을 함께 느끼면서 이 책이 나에게 결론지어 준 것은,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 자체도 하느님이 사람에게 선물해 준 축복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나는 이성적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며,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골드무트의 비도덕적으로 감정적인 것들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조금이나마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내려놓고 선물의 의미로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설령 나와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헤르만 헤세의 이 ‘지와 사랑’(원제: 나르치스와 골드무트) 라는 책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극단적인 사람의 예를 실제적으로 묘사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대답해주는 과정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누구에게나 인간의 본성으로의 사고의 확장이라는 선물을 선사해 줄 것임을 확신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