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페이지 정보

본문
노인의 전쟁
뒤늦게 육군 훈련소에 입소하여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었던 작년 여름은 며칠간 폭염이 지속되다 호우가 쏟아지는 날씨가 반복되어 많은 훈련병들이 감기나 폐렴을 앓았다. 병사 및 총기 관리의 이유로 몇 차례 훈련이 중지 되었을 때, 쉬는 시간이지만 눕지도 못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주로 독서를 하곤 하였는데 그 때 읽은 소설이 ‘노인의 전쟁’이었다.
‘노인의 전쟁’은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외계인과 전쟁을 다룬 SF 소설이다. 인류는 우주로 진출하여 여러 항성계에 인류는 우주로 진출하여 여러 항성계에 식민지를 설치하지만 우주 식민지를 관할하는 우주개척 방위군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구 거주민들에게 우주 식민지의 정보와 기술을 통제한다. 이런 지구인들에게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주어지는데, 바로 75세 이상일 경우 우주개척 방위군에 보병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강화복과 같은 기능성 외피를 사용하는 대신 신체 기능이 강화된 육체에 뇌 기능을 전사하기 때문에 입대한 노인들은 새로운 삶을 부여받게 된다.
다소 황당한 SF나 과학적인 지식이 있다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이 소설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한번 쯤 꿈꾸었을 미래는 보여주면서 터무니없는 상상을 손에 쥐어 준다. 소설은 우주 개척 시대의 모습이나 발전된 과학 기술 그리고 새로운 행성의 모습 등을 묘사하는데 지면을 많이 할애하지 않는다. 전신이 전투에 맞게 개조되고 전역 후에도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우주식민지에서만 살아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아웅다웅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인생의 황혼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삶에서 어떤 이들에겐 느리고 볼 품 없어 보이는 노인 그들의 인생에도 여전히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희노애락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SF 소설을 읽으면서 SF가 아닌 드라마라고 느꼈던 이유는, 최근 감명 깊게 접하였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대비되는 이야기 때문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등장하는 연로한 보안관은, 노련하면서도 현명하고 작중에서 노인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 비해 떨어질 수 있는 체력적인 문제를 보이지 않는 점에서 ‘노인의 전쟁’의 육체 개조를 받은 존 페리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세상은 이성적이고 노련한 보안관이 감당하기에 어려우며 결국 그러한 세상 속에서 노인은 무기력한 존재이나, 존 페리의 이야기는 그러한 노인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강조함으로써 독특한 컨셉의 SF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휴먼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대에 입대했다. -
어떤 일을 시작하고자 할 때 접하는 표현 중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늦었다고 포기하는 것은 우둔한 짓이다. 과거에 착실했다면 새로운 시작이 부담스러울지언정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간적인 우주 SF 소설이었다.
- 이전글스님의 주례사 14.11.03
- 다음글지와 사랑 / 헤르만 헤세 14.11.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