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여행 – 최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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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여행 – 최갑수 (2012)
여행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추억 쌓기이며, 어떤 이에게는 현실로부터의 도피이고, 또 누구에게는 새로움을 찾으려는 갈망이다. 여행이라는 말에는 이미 타성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자성(自性)이 담겨 있다. 그 이유와 과정이 다를 뿐, 우리는 항상 여행을 꿈꾸며 살아간다. 우리에게 감성적으로 여행을 안내해 주는 시인, 최갑수의 글로부터 국내 여행지 99 곳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를 들어보았다.
우리가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대부분 그 장소에 대한 가이드 등을 책과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면서 사진 찍기 좋은 곳,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혹은 싸게 즐길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보게 된다. 이러한 정보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이미 여행을 떠나는 설레는 출발이다. 그런데 이런 객관적인 정보들만이 우리들의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정보들에 스스로를 맞추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또 다른 타성에 이끌려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찍어둔 그곳의 아름다운 사진들은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으니, 별다를 것 없는 그 풍경을 내가 또 남기는 것은 자신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크게 득이 되는 것은 없다. 돌아보라, 우리가 찍었던 그 수많은 여행 사진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이나 자주 꺼내 보는 것이 얼마나 있는지. 오히려 그 곳에서 우리만이 알 수 있는 경험, 소리, 분위기, 냄새 등에 대한 기억이 우리의 여행을 누구보다 풍성하고 색다르게 해준다.
감성적인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 최갑수의 ‘당신에게, 여행’은 친절하고 고마운 안내서이자 경험담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나 인터넷 블로그에서 안내해주는 정보를 뛰어 넘어 저자가 돌아보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시인답게 풀어둔 책이다. 시 쓰는 것을 본업으로 삼는 사람이 쓴 만큼 부드러운 문체로 인해 읽히기 쉽고, 그로 인해 우리의 여행 욕구를 색다르게 자극한다. 이 자극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담긴 사진으로부터 느껴지는 원초적인 자극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욕망이다. 마치 카메라로 찰칵 하고 담아둔 사진과 손으로 직접 그려 노트에 남긴 그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국내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화려하고 세련되고 북적 이는 곳 보다는, 낡거나 후미진 곳에서 보고 느낀 것을 담아두었다. 일부러 남들이 안 가는 곳을 골라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쉽게 지나치거나 놓칠 수 있는 것들, 혹은 자기가 알게 된 소소한 팁과 같은 것들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어느 간이역 뒤편의 조용한 철로와 오래된 벤치를 안내 해주며, 추억이란 간이역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하는 것처럼.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저자가 가서 보고 느꼈던 것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며 미리 여행을 가는 듯한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저자가 소개해주는 곳들 중에서 가고 싶은 곳을 하나 둘 리스트업 하게 된다.
본래 여행을 가는데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진정한 여행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한다. 너무 많은 스포일러들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이 느낄 수 있는 역치를 높여놔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더 무감각해진다. 이 책도 저자가 이야기해주는 것을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그가 말해준 그 감정을 내가 못 느끼게 된다고 해서 불평할 필요도 없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그처럼’이 아니라 ‘그처럼 다르게’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들만의 감성 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니깐. 우리가 돌이켜볼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우리가 함께 수다를 떨며 자주 말하곤 하는 바로 그런 추억들이고 경험들이다. 이 책만 읽다보면 너무 감성적으로 빠질 수 있으니, 잠깐 잠깐 머리 식히고자 하는 경우에 한 두 곳 정도 읽어두며 자신만의 여행을 꿈꿔 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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