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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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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4,557회 작성일 14-12-0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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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공부하기가 싫었던 중·고등학교 시절, 특이하게도 세계사나 역사는 거부감이 없었다. 사실 역사라기보다는 오래된 것들에 대한 기원이나 그 과거 자체에서의 새로움을 찾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고등학교가 끝날 무렵에는 옛 것에 대한 책이 책장 한쪽을 가득 메울 정도로 좋아했다. 그래서 그 때는 ‘단언컨대 내 몸에 문과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두 가지 이유와 연예에 눈을 뜬 순간부터 옛 것에는 손도 대지 않게 되었다. 어언 몇 년이 지나고, 다시금 지난날이 생각나서는 모아두었던 역사 관련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유는 단지 그 자체가 친근감이 들어서였다. 또 과거 어르신들이 해주시던 옛이야기가 그리웠기도 하다. 어쩌면 종교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한 때 아름답고 평화롭던 요순의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고고히 살아간 조선의 학자들을 본받고 그런 태평성대가 오기만을 바랐던 맘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다시 펴 본 책은 에드워드 카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을 포함하여 현대에 출판되는 역사책(과거를 담은 범적인 의미)은 작가의 의도를 짐작해가며 읽으면 사실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우리가 읽고 있는 역사는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 하더라도 엄밀히 말하면 결코 사실이 아니라 널리 인정되는 일련의 판단일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역사관은 ‘무조건적인 사실’을 중시하는 것이었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현시대의 눈으로 해석되는 ‘순수하지 않은 사실’로, 즉 역사가의 철학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총,균,쇠』라는 작품에서는 금속이 확산되고, 백인들에 의해 철로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무렵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작가는 그 내용을 세세히 풀어나가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안에는 백인과 흑인 사이의 인종차별적 심리를 역발상적으로 강하게 비판한다. 일본의 기원에 대해서 기록한 부분에서도 현재 일본이 저지르는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이 표출된다. 그렇게 작가는 본인의 철학을 글 속에 드러내고, 이것을 해석하는 게 역사책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에드워드 카 역시 역사는 과거 인간과의 대화라고 언급하면서 독자 본인이 느낀 바가 역사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역사를 언급하고 이를 배우고자 했던 마음을 정당화해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중간에 옛 것을 내려놓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정말 단순한 첫 번째 이유는 역사를 조금씩 배워가면서 과연 내가 역사에 소질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천재들 앞에서 그저 먼지 쌓인 옛 것에 집착하는 애호가에 불과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 세상이 결코 아름다운 이상 세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커가면서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좌절과 배움에 대한 회의가 찾아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정말 열심히 공부하며 여러 곳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던 그때의 나는 그때까지 쌓아올린 그 탑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그저 숨죽이고 살면서 일가를 이루고 싶었다. 남은 힘이 소진되기 전에 빨리 새로운 탑 하나라도 새로 쌓고 싶었다. 그러나 미련이면 미련이랄까. 도망가면 도망 갈수록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지금껏 쌓아 올린 것들이 비록 남들이 알아주진 않아도 자못 아름다움과 의미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에 발목을 돌리게 된다. 남들은 미친 짓이라며 말리려 해도 미련하고 우둔한 나는 자꾸만 탑을 쌓아올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당장은 다시 계속 쌓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여유를 갖고 그 탑을 멀찍이서 감상하고 싶어 했다. 아주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서 위로, 탑의 윤곽을 보다가도 층층이 새겨진 세밀한 조각들에 초점을 맞춰보기도 하면서. 남들은 돌 하나라도 더 쌓으려 할 때 혼자서 신선놀음마냥 세월아 네월아 하지만, 그러한 관찰이 꼭 필요한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역사를 왜 배우는지에 대한 답 중에 하나인 듯하다. 바로 내가 살아온 길을 보고 그걸 지침삼아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하기 위해서. 추한 면도 아름다운 면도 있지만 결코 눈을 돌리거나 부풀릴 것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느끼는 바는 이렇게 ‘온고의 지신으로 과거를 바탕으로 앞길을 봐야한다’지만,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세상과는 좀 멀어지는 듯하다. 예를 들면, 진보나 발전에 대한 믿음이 점점 사라진다.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역사의 큰 틀은 결코 변함이 없으며, 먹고 사는 데 앞에선 왕후장상이 따로 없으니 말이다. 또한 수많은 역사의 사건들에 대한 의미부여는 어쩌면 사후 해석에 불과할 뿐이지 결코 '완벽하고 영구지속적인 유토피아적 진보'를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에 태풍이 부는 곳이 있으면 어딘가는 무풍지대가 있듯이, 어떤 힘의 집합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힘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 있으며, 이 양자 간의 다툼에서 항상 지는 쪽은 낡은 것, 혹은 '질린 것'이었으니. 결국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의 흐름대로 흘러가나보다. 어떠한 뛰어난 이론이 나온다한들, 이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느낀 역사고 현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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