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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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지난 달, 오랜만에 소설이 읽고 싶어 선택했던 [아크라 문서]의 소설 같지 않음에 다시 한 번 소설을 골랐다. 예전에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 [1Q84]의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새로 쓴 단편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이 8월 말에 나와 따끈따끈하게 읽어보았다. 이 책은 “여자 없는 남자들”을 포함하여 총 7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7편의 단편 모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목에서도 풍기지만 책의 분위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본의 문학작품의 느낌과 비슷하게 책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배경색은 회색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주인공은 한 남자로부터 그의 아내(주인공의 옛 연인)가 죽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속의 남자는 스페이스가 없이 놀랍도록 건조하게 사실만을 전달한다. 수식 없는 사실이 기계식 키보드를 내리치듯이 문장부호처럼 뇌리에 찍히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 전화는 그(주인공)에게 굉장히 갑작스러울뿐더러 그의 말투 때문에 그를 지(知)와 무지(無知)의 중간지점에 데려다 놓았다. 죽은 그녀는 주인공이 열네 살에 만난 여자다. 본문 속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따뜻한 서풍만 불어도 발기하는 시기”에 그녀를 만났다. 여느 그 시기의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감정을 능숙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지우개를 빌려주는 사이였다. 실제로 사귄 것은 어른이 된 후이다. 그의 기억 속에 그녀는 퍼시 페이스나 만토바니, 레몽 르페브르 같은 유의 음악들, 즉 엘리베이터에서 나올 법한 음악을 좋아하는 여자였다. 그녀를 안으며 퍼시 페이스의 <A summer place>를 수도 없이 들어, 그는 지금도 그 곡을 듣기만 해도 성적으로 흥분된다. 아름다운 그녀는 이렇듯 마치 첫사랑의 날카로운 추억처럼 그에게 강렬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아름다운 여인은 늘 그렇듯 많은 남자들이 차지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마치 그녀를 데리고 배를 타고 훌훌 떠나버리고 싶은 뱃사람처럼 말이다. 그는 그녀의 죽음과 함께 열네 살의 그를 야구팀 등번호의 영구결번처럼 열네 살이라는 부분이 뽑혀나감을 느낀다. 그를 기분 좋게 해주던 따뜻한 서풍도 어느덧 그에게는 일반적인 바람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그는 그녀의 남편에 이어 세상에서 두 번째로 고독한 남자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남자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없고, 예감도 정조도 없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들어갈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라고 말하는 괴물처럼, 또 일방통행처럼 일단 한 번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면 되돌릴 수 없다. 이 세계에서는 어떤 특별한 사람도 한 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소설이라는 문학의 특성과 공감할 수 있는 상황으로 굉장히 빠르게 술술 읽어 나갔다. 사랑하는, 정말로 마음 속 깊이 같이 있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이 책의 다른 단편인 [예스터데이]에 나온 것처럼 사랑해야 한다.
“저건 달처럼 보이지만 실은 얼음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한 이십 센티미터쯤이야. 그래서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녹아버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동안 잘 봐두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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