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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김진명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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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승민
댓글 0건 조회 6,336회 작성일 14-10-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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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김진명 (1993)

 

언젠가 읽어두리라고 생각하던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김진명 작가의 등단작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내용도 적당히 알려져 있었지만, 조각조각 알고 있었기에 제대로 알고 있진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책을 읽고 난 첫 느낌에, 왜 이 책이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읽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묘하게 민족의식을 강조하고 애국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마치 한일전과 같은 스포츠 경기 한 편을 볼 때 느껴지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책이 역사적 사실을 절묘하게 엮어 놓아서인지, 혹은 일부 내용들에 대해 미리 들어둔 것이 많아서인지, 읽으면서도 이게 사실인지 지어낸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만큼 현대사에 대해 무지한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마냥 이 책이 그리 썩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선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주인공은 정치사회적인 분야에서 베테랑 신문기자인 권순범 이라는 사람이며, 서울지검 특수부장 최영수 검사에게서 특별한 사건에 대해 은밀히 조사 해주기를 의뢰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사건이란, 1978년에 있었던 평범해 보였던 의문의 죽음사이다. 그때 죽은 사람은 당시에 노벨상 후보로 일컬어지던 이용후 라는 핵물리학 박사였는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크게 아끼던 박사가 교통사고로 처리되었다는 현장에 가보니 전혀 교통사고로 사망할 곳이 아니라는 판단에 의구심이 들게 된다. 그리고 이용후 박사 사망으로부터 약 일 년 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점에서 두 사건에서 인과관계가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엇인가 은폐되어 있다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당시에는 그냥 넘어 갔던 이 사실들에 대해 권순범 기자가 이런저런 조사를 하지만 도무지 관련된 정보를 얻지 못하다가 삼각원이라는 요정의 마담인 신윤미와 교소도에 갇혀서 자신이 이용후를 죽인 사람이라고 하는 박성길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이어서 이용후의 딸을 찾게 되고 이런저런 사연을 겪으면서 주한 미군 철수로 인해 안보에 위협을 느낀 박정희 대통령이 이용후 박사를 몰래 데려와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이용후 박사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사실이 얽혀져 있는 음모에 의해 은폐되었으며,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이용후 박사의 숨겨졌던 문서가 발견된 후 국내로 몰래 들여왔던 플루토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권순범 기자는 이를 (전두환) 대통령에게 알려 고심 끝에 남북한 합작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게 된다. 한편, 일본 내에서 권력을 잡은 우익 세력은 야쿠자를 통해 한국 내에 그 세력을 뻗혀 한국과 북한의 우호적인 관계를 해치고 통일을 방해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에 한국의 지나친 발전과 국제 세계에서의 영향력 증가를 우려한 일본은 마침내 미국 및 소련, 중국 등이 자국내의 혼란과 경제적 부담을 가지는 틈을 타서 한국을 점령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선 무기를 바탕으로 독도를 구실로 삼아 결국 한국에 침공을 하는데, 무기에서 너무 열세였던 한국은 해군과 공군이 거의 궤멸되고, 한국의 핵심적인 산업지역인 울산과 포항이 폭격을 당하게 되는 위기가 발생하고 만다. 결국 남북한의 지도자가 만나 일본에 핵미사일을 발사하게 되고 핵무기에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는 일본은 결국 항복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스토리 측면에서만 보자면 국제적 정치 상황에서 한 명의 신문기자가 007 시리즈 같은 첩보 액션 영화를 방불케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어, 그 구성이 매우 탄탄하며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이용후 박사가 자신의 몸 속에 핵무기 설계도를 숨겨서 들여왔다거나, 스위스 계좌 정보를 시계 속에 숨겨두었거나 하는 등의 설정은 천재적인 이용후 박사를 더욱더 극적인 인물로 만들어주고 이야기의 흐름에 훨씬 강력한 자극을 주게 되어 몰입도를 높여 준다. 게다가 마지막의 일본의 한국 침공에 따른 전쟁 부분에서는 일본의 야욕에 대해 독자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을 극도로 치닫게 하여 실질적인 전쟁 자체 보다는 한일간의 감정적인 충돌에 더욱 중점을 두게 만들어 흥분 되도록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정말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은 역사적인 사실들을 매우 잘 엮어서 마치 소설인지 사실인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구성이 치밀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실제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였고 이로 인해 주한 미군 철수 및 차관 취소 등을 내세운 미국과의 마찰이 있었다는 점,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 등이 국제 정치 상황에 맞춰서 공작활동을 펼치는 내용 등은 이 소설이 출판 당시의 독자들에게 충분히 그럴싸한 사실처럼 생각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소설 내에서의 이용후 박사는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이 핵개발과 관련하여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었지만 교통 사고로 사망한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를 모티브로 삼았다. 게다가 소설 속에는 그 시절의 남북한 사이에 있었던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 예를 들면 박동선 사건, 남북한의 UN에 동시 가입 등, 이 그대로 등장한다. 심지어 인터넷에 관련 정보를 쳐보면 이 소설에 있었던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심지어 나도 어릴 적에 이러한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은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안기부 같은 정부의 활동을 안보적 상황만 강조해 보여줌으로써, 나라를 위해 자주국방력을 갖추려고 헌신적으로 노력한 것으로만 보여진다는 것이다. 사실 그러한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 있던 내용은 철저히 배제한 채 쓰여진 소설이기 때문에, 만약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이 책을 우선 읽어보게 되면 박정희와 같은 인물을 대단하고 위대하게만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요즘 일베와 같은 곳에서 박정희를 찬양하는 애들이 되는 것처럼. 그리고 안기부와 같은 곳의 정치적 공작 활동도 국가의 안보라는 커다란 목표를 위해서는 충분히 용인해 줄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책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애국심을 강조하고 이를 매우 중요하고 높게 평가하는 점은 다소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남 중심의 기성 세대들에게 매우 환영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기득권 층의 응원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들의 논리에 너무나도 딱 맞아 떨어지는 점들로 인해 정말 소설을 사실로 여겨 이야기 나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재미가 되었든 어찌 되었든, 이 책은 출판 이후에 한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몇 안 되는 책 중에 하나이며 꼭 한번은 읽어 볼 만한 책 인 것은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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