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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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 로랑 베그
요즘 군대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 하다. 지난 4월경 발생한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과 6월 발생한 임병장 탈영 사건은 전국민들로 하여금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들이다. 이전에도 군대 내부의 선후임간 갈등으로 인한 문제들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지만, 최근 들어 애써 감춰왔던 고름들이 결국 점차 터져 나오고 있는 듯 하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단순히 문제 있는 몇 명의 문제라기 보다는 군대라는 집단 자체에 문제로 보여지기 까지 하는 상황이다. 과연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군대라는 집단 속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되게끔 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해 내는 것일까?
지난 3월 초 28사단 포병연대 의무대 소속으로 전입한 윤일병은 병원으로 이송된 4월 6일 까지 약 35일간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였다. 치약 한 통을 강제로 먹이고, 바닥의 음식물을 핥게 하고, 각종 폭언과 폭행이 매일같이 이어졌다고 한다. 심지어 맞고 쓰러지면 링겔을 꽂고 약을 발라 상처를 낫게 한 다음 또 구타와 가혹행위를 반복했다고 하니, 한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와 같은 사실이 약 4개월이 지난 7월 말 경에나 밝혀졌다는 것이다. 가해자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병사들 및 심지어 간부들까지 이를 쉬쉬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윤일병 사건의 가해자들의 잔혹성에 대해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했지만, 더욱 본질적으로는 군대라는 집단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이러한 사건이 가능하게끔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인간으로 하여금 도덕적인 마음을 갖게 하는 것 혹은 그 반대의 비도덕적 행동을 하게끔 하는 데에는 자신의 주변을 구성하는 집단 및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정확히 말하면 저자는 선과 악 자체의 본질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개인과 타인간의 관계 하에서 선과 악이 우리 머릿속에서 어떠한 형태로 발현 되는지에 대한 사회 심리학적 분석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갖는 도덕적 관념이랑 전적으로 타인과의 관계 형성 하에 성립되는 개념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의식이란 기본적으로 타인의 심리와 정서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초석이고, 우리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자의식이 작용한다고 한다. 우리가 정보를 받아 들일 때 우리에게 유리한 정보의 가치는 보다 높게, 그렇지 않은 정보는 잘 기억하지 않거나 다소 변형하여 기억하게 되는 것이 이것이다. 특히, 이러한 자의식은 ‘집단’ 속에서 매우 쉽게 변형되는데 그 이유는 집단 속에서 오는 탈개체성과 익명성 때문이다. 실제로 군인이 변장을 함으로써 본인이 누구인지 분별되지 않게끔 한 부대에서는 전투 시 학살 및 가혹행위가 훨씬 심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집단 속에서 인간은 하나의 개체성 보다는 집단의 구성원으로써 더 큰 자의식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윤일병 사태에서 가해자들이 한 개인에게 위와 같은 잔혹한 행위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 설명 된다. 또, 가해자와 피해자 외 주변 사람들이 사건을 은닉하려 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로 설명된다. 우리가 법을 어기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법적 처벌보다는 타인의 반응이나 사회적 고립감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사회적인 평판과 자아정체성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15세에서 21세 사이의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만약 죄를 짓고 체포당한다면 가장 마음에 쓰이는 일이 무엇이겠느냐고 물은 질문에, 법적 처벌이 가장 두렵다고 한 청소년은 10명 중 1명에 지나지 않았으며, 55퍼센트의 청소년들은 가족이나 이성친구의 반응이 가장 두렵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윤일병 사태의 방관자들은 그들이 남들과는 다른 행동 (이 경우에는 밀고 및 가혹 행위에 대한 반대 여론 형성)을 함으로써 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로 하여금 고발을 하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군대라는 특성상 사회와 단절되어 그들만의 소집단을 이루고, 사회적 및 도덕적 규범 또한 그들만의 상황에 맞추어져 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향후 제2, 제3의 윤일병, 임병장 사태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개개인의 처벌을 통한 임시적 방편이 아닌 집단 자체의 특성을 개선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윤일병 사태가 발생한 의무대가 군대 내에서도 극히 고립되고 제한적인 집단이었던 것이 사건을 키우는데 분명한 영향을 미쳤다. 도덕성이 타인과의 관계에 기반하여 형성되는 것이라면, 타인의 존재가 많을수록 인간의 행동을 억제하거나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군대라는 집단을 부분적이나마 사회적으로 접근 가능성을 열어, 집단 구성원들에게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혹은 외부로의 소통의 가능성 만이라도 내부 구성원들에게 심어 주면 집단 내의 비뚤어진 도덕성을 바로잡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감시의 부재가 범죄 시행의 조건이 되더라도, 부정직한 행위의 근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규범을 위반하는 가장 큰 이유가 통제가 느슨해서는 아닐 것이다. 만약 군대 내부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잡기 위해 상부에서의 강요와 위협을 사용한다면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규칙을 존중하는 마음은 감시에 대한 두려움보다 소속감과 자발적 동의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군대 내부에서도 지금까지 특수성 및 자주성에 빗대어 외면해왔던 내부 부조리들을 하루빨리 대중에게 드러내고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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