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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넘어 오늘도 당신을 지켜봅니다.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위 1% 소득점유율을 보면 12.23%, 상위 10% 소득점유율은 44.87%를 기록하며 굉장히 높은 빈부 격차율을 보인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하위계층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소시민적인 모습으로 그들의 삶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 직업의 귀천은 없다지만 그들은 작은 일을 하며 그들의 모습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자본주의라면 시간적인 측면에서 현대인들은 굉장히 바쁘다. 소득의 상위로 갈수록 사람들은 바쁘고, 이에 따라 주위의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이 각박하다. 돈과 직결된 사고방식에 필요한 이성이 추앙받고 삶을 풍부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힘인 감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
번쩍번쩍 빛나는 외모와 많이 가진 사람과 같은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과는 달리 슬로우 비디오는 소소한 사람들의 영화다. 그러한 점에서 조금 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주인공인 장부는 동체시력이 굉장히 발달한 청년이다. 그는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인해 오히려 많은 것을 잃었다. 빠르게 달리면 머리가 어지럽고, 평소에도 선글라스를 쓰고 다녀야 한다. 이것 때문에 그는 어릴 때부터 특이한 아이로 낙인찍혀 왕따를 당하였고 방구석에 처박혀 꼼짝하기 싫어하는 청년이 되었다. 친구라고는 자주 가는 안과의사 밖에 없었다. 이런 그에게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동네 CCTV 관제센터에서 CCTV를 지켜보며 주민들의 모습을 살피고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경찰과 협업하는 것이다. 장부는 그의 일터에서 새로운 취미가 생긴다. CCTV 속의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는 것이다. 장부에게는 CCTV 속의 사람들이 그 화면의 주인공이 된다. 매일매일 동네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폐지 줍는 아이, 밤마다 공원에서 홀로 야구 연습을 하는 마을버스 운전기사, 그리고 장부의 그녀인 뮤지컬 배우 지망생 봉수미까지 그는 매일 화면 속의 그들을 보며 혼자서 그들과 친해져간다.
이야기가 진행되어 장부는 그와 비슷한 처지의 화면 속 동네의 소시민들과 친해졌다. 그는 평소 바다에 놀러가고 싶지만, 시간과 돈이 여의치 않다는 봉수미의 말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여행을 떠날 계획을 잡는다. 물론 장부 또한 여행에 필요한 경제적인 여력이 없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인 상만을 설득하여 봉수미가 타는 정거장에 그녀를 태워 곧장 바다로 떠난다. 마을버스이기에 고속도로에서 더 이상 바다를 가지 못하지만 봉수미는 장부의 마음을 느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봉수미는 길에서 강도에게 유괴를 당할 위기를 겪는다. 관제센터의 CCTV를 통해 봉수미의 위치를 확인한 장부는 가장 먼저 봉수미에게 가려고 뛰기 시작한다. 그는 달리면서 수도 없이 넘어지며 그나마 있던 시력이 점점 나빠져 간다. 봉수미에게 도달한 장부는 그녀를 구하고 실명한다.
이 영화를 보는 한 주 동안 평소 사용하던 렌즈를 잃어버려 나의 시력 또한 굉장히 나빴다. 덕분에 나는 영화를 볼 때 장부가 되어 그의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실제로 새 렌즈를 맞추기까지의 약 2주간의 시간동안 평소 보다 자만심이 떨어졌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마치 몸이 아파서 종교에 빠져 신에게 의지하는 것처럼... 자신이 잘나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위의 도움이 필요 없어지며, 소득 분율의 상위로 갈 확률은 늘어나지만 각박한 생활과 사고 속에 주위를 둘러보는 능력이 떨어진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과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trade-off 관계에서 어떤 쪽에 얼마나 투자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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