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달콤한인생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김승윤
댓글 0건 조회 4,911회 작성일 14-07-30 21:08

본문

달콤한 인생


-intro-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이공계인이 아닌 문학가가 해석한 글을 보았다. 이 원리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서로의 관계로 인해 둘의 값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지만 이 사람은 ‘미시세계의 원자도 이렇게 알 수 없으니 거시세계의 그 무엇도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사람의 인생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비록 그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것이지만 영화 달콤한 인생은 섬뜩할 만큼 나에게 인생에 대한 통찰을 주었다. 주인공 김실장의 인생이 그렇듯이 인생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개인의 것이 아니기에 생각지 못하는 곳으로 풀려가기 때문에 달콤 쌉싸름하다고 표현한 것 같다.


 영화의 내용은 달콤하지 않다. 멜로영화처럼 남녀 주인공들의 러브라인도 없고, 일반적인 액션영화처럼 조직 내의 진한 의리의 맛도 없다. 주인공 김실장은 깔끔한 일처리로 조직 보스의 총애를 받는 오른팔이다. 호텔 나이트클럽을 관리하며 고급 양복을 빼입고 멋진 중형 세단을 몬다. 투철한 직업의식과 충성심으로 무장한 김실장은 조직에서 인정받으며 인생의 탄탄대로가 열린 것처럼 보인다. 이런 김실장에게 보스는 어린 여자친구라는 혼자만의 비밀을 터놓으며 비극이 시작된다. 보스는 3일간 해외출장을 떠나며 새 애인이 생긴 어린 여자 친구의 감시를 부탁하고 애인의 애인을 처리하라고 한다. 보스가 떠난 지 3일째 되는 날, 김실장은 보스의 여자친구가 남자를 만나는 것을 확인하고 보고하려 하였으나, 그들이 헤어진다면 보고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그의 선에서 마무리한다. 이 일이 보스에게 알려지고 보스와 김실장의 싸움이 시작된다. 김실장은 보스의 여자친구를 보는 한 순간에 그녀에게 사랑에 빠진다. 그 선택으로 7년간의 의리가 한 순간에 깨지고 죽고 죽이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위의 영화 인트로처럼 그녀에 대한 마음의 움직임을 모르고 모든 상황이 보스의 의리 없음이라고 판단하는 김실장에게 이 싸움은 이해되지 않는다. 보스를 죽이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을 정말 죽이려고 했냐고 묻는 김실장은 자신의 마음의 동요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달콤한 인생은 여느 느와르 영화처럼 계속되는 액션으로 인한 긴장감에 손에 땀이 나진 않았다. 오히려 마치 심경을 느끼게 하는듯한 컷들과 내레이션으로 작품성을 높였다. 김실장은 버릇처럼 자기 전에 소파에 누워 방을 비추고 있는 유일한 빛인 스탠드를 유선 리모컨으로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깊은 생각을 한다. 이에 따라 화면은 완벽한 명과 암을 반복한다. 마치 리모컨을 누르는 한 순간의 선택이 그에게 밝음과 어둠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김실장은 이룰 수 없는 꿈(사랑)으로 한 순간에 마음이 흔들렸고, 그 동요함의 주체를 잘 못 파악하여 실수로 스탠드의 불을 꺼버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은 코미디언들에게 자주 인용되며 웃음을 자아내는 보스의 대사인 “너는 내게 모욕감을 줬어”말고도 많은 깨달음을 주는 영화다. 물체 혹은 감정이 고요한 가운데 움직이기 시작하면 움직이는 주체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파악하여야 한다는 교훈은 인생과 참으로 연관이 깊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 싫어하는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내면의 ‘나’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룰 수 없지만 달콤한 꿈을 꾸었을 때 조용히 슬퍼할 것인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할 것인지 또한 숙고해야한다.


-Outro -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