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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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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위주형
댓글 0건 조회 5,052회 작성일 14-09-11 10:56

본문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이처럼 비교도 반복도 되지 않아 깃털처럼 가볍고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_사진 3 (깃털).jpg

   

우리 인간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잴 수 있는 저울이 있을까? 이 소설은 세계적인 작가인 밀란 쿤데라의 작품으로 역사의 상처라는 무게에 짓눌려 단 한번도 ‘존재의 가벼움’을 느껴보지 못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네 남녀의 사랑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자신을 운명이라고 믿는 여자를 부담스러워하며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 토마시, 그를 끝까지 믿는 여자 테레자. 자유로운 영혼의 토마시의 연인 사비나, 자유로운 사비나에게 매료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안정된 일상을 누리던 프란츠. 생의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방황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육체와 영혼, 삶의 의미와 무의미, 시간의 직선적 진행과 윤회적 반복의 의미,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등 다양한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소설이 펼쳐진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가벼운 듯 하면서도 무거운 삶의 모양새들과 무거운 듯 하면서도 가벼운 존재의 모습들은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으며 누구든 생의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갈등하고 반목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개인의 평범한 일상과 그 일상에서의 다양한 선택들이 역사와 만날 때 예기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이 소설에서는 토마시의 삶이 그러하다. 마치 토마시의 삶의 조각들이 작가의 조국인 체코의 역사적 상황과 맞물려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배경이 된 당시의 체코는 개혁가 둡체크가 집권하면서 경제, 정치에 부분적인 분권화가 실시되었고 시민의 자유를 좀 더 보장하는 개혁이 시도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구 소련에 의해 ‘프라하의 봄’이라 불리는 이 시대가 끝나게 된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_사진 4 (프라하의 봄).jpg

 

작가인 밀란 쿤데라는 책 속에서 토마시의 개인 삶을 통해 그의 조국인 체코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평범한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기사화 되면서, 공산주의자들을 향해 오이디푸스의 왕처럼 제 눈을 찌를 것을 촉구한 이야기가 토마시의 발목을 잡게 된다. 굴곡진 역사라는 것이 평범한 개인의 일상을 얼마나 쉽게 유리하는지... 또한, 개인의 삶과 역사는 결국 함께 굴러가는 수레바퀴라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하게 한다. 그리고 그 역사라는 것도 실상 무겁지 않은, 너무나도 쉽게 변질되어 버리는, 힘 있는 누군가에 의하여 강요되어질 수밖에 없는 너무나도 가벼운 것이다.

 

결국 토마시와 테레자는 추해지고 변질되어가는 프라하를 떠나 시골의 작은 마을로 간다. 그곳에서 테레자는 행복한 삶을 꾸려가기 시작하고, 토마시 또한 유능한 의사이면서 가벼웠던 자신의 생활을 버리고 농촌에서의 소소한 삶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에서 느닷없는 그들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조금은 당황스러운 그들의 죽음 앞에서 보여주는 이런 행복은 어떤 의도일까? 이쯤에서야 우리들의 존재가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마는 것일까?

 

토마시의 삶은 가벼움을 추구하였지만 그 누구보다도 가볍지 않았다. 테레자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였으며 어느 정도는 자신의 삶의 길이 만만치 않음을 알면서도 프라하로 돌아온 그에게 어떻게 존재의 가벼움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토마시가 보여준 지극히 자극적인 사랑과 일시적인 쾌락, 자유 혹은 방종, 책임과 진지한 역사적 자의식...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묶여질 때 인간 토마시가 되는 것이다. 토마시의 삶이 그러하듯이 우리 모두의 삶은 한 두 마디로 형용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이 땅을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결국, 누구에게나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은 공존하는 것이다. 내 삶에서 놓칠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하고, 그 무게의 경중을 가릴 틈 없이 정신없는 삶을 살아가지만, 그러한 내 삶과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 땅의 역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으며 함께 어우러지고 영향을 주고받는 중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사회와 나는 떼어서 바라볼 수 없으며, 이 시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내 자신의 인생 또한 누군가의 저울에 놓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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