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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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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승민
댓글 0건 조회 4,892회 작성일 14-08-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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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 조정래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 동안 대부분 교양서적들을 주로 읽다 보니, 앞뒤 연결성이 부족한 탓에 지속적으로 읽어지지도 않고 빠져들기도 힘들었는데, 역시 소설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항상 궁금하고 전개가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간에 끊기가 힘들었다. 이번에 고른 책은 조정래 작가가 쓴 ‘정글만리’ 라는 소설로, 중국에서 일어나는 비즈니스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본래 조정래 작가는 유명한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등, 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잘 조명해 왔는데, 이번에는 21세기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썼다. 최근 G2로 급 부상한 중국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깝고 문화적, 경제적, 외교적 그리고 역사적 관계가 매우 깊은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국내에 매우 빠른 속도로 그 영향력이 퍼지곤 한다. 그런 관계로 국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수많은 책들과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국내 문학의 최고봉인 조정래 작가가 중국을 무대로 글을 썼다면 누구나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이 소설에서는 중국을 ‘14억의 인구에 14억 가지의 일이 일어나는 나라’라고 표현한다. 이 말은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함께 다양함의 존재를 알려준다. 현대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인구가 증가해야 하며, 많은 인구는 노동력으로 이어지고 또한 큰 내수 시장을 만들어내어 소비를 통한 경제 활동이 활성화 된다. 이런 노동력에 생산성이 증가하게 되면 빠른 속도로 경제가 발전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중국이 바로 이런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매년 약 9% 내외의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경제 발전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인구는 또한 지나친 다양성과 복잡함을 가져오고 있다. 본래 다양한 민족이 수 없이 뭉치고 흩어짐을 반복해온 중국의 역사로 인해 다수민족국가 및 복합적인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넓은 영토로 인해서 언어나 관습 등의 차이와 지역 발전의 불균형 등이 존재하고 있다. 거기에 준비 없이 맞아들인 외래 가치가 비균형적으로 범람하게 되면서 첨단과 낙후, 부유와 빈곤, 인권과 비인권 과 같은 극단적인 차이가 한 나라 안에서 혼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따라 나라를 효율적으로 통치해야 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공산당이라는 독재 정당 구조를 통해 편향적이고 비민주적이더라도 통치에 이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는 결국 현재의 ‘꽌시 정치’로 대표되는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모습이 되었다. 이 소설에서 이 부분을 핵심으로 파악하고 중국 내에서 일어나는 비즈니스에 대해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비즈니스맨들이 각자의 꽌시를 통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그려내고 있다.

 

중국 특유의 꽌시란 한자로 관계이며, 그 뜻은 ‘연줄, 빽, 네트워크’ 등이 뭉뚱그려진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고, 나라 망치는 학연, 지연, 혈연을 다 합쳐서 이루어지는 그 어떤 것이라고 한다.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그러면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 꽌시 때문에 중국에 처음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한동안 정글을 헤매며 허방을 딛고, 넘어지고,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힘있는 ‘꽌시’와의 연대가 필수이며, 결국 각자의 비즈니스맨들은 자신들의 ‘아바타’와 같은 꽌시들이 그들 사이의 경쟁에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들의 싸움에 의해 자신들의 미래가 결정된다. 따라서 어떻게 꽌시를 맺어가는지, 그리고 그들은 서로 어떤 거래를 통해 동반 성장하는지 등을 소설에서 볼 수 있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진 일류 성형외과 의사가 중국에서 꽌시를 통해 재기를 꿈꾸는 모습, 중국 내 알력 싸움으로 인해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무산으로 좌천된 기업의 부장이 또다른 꽌시를 만나는 모습, 매일매일을 힘들게 일해가던 노동자가 작업 중 생긴 사고로 인해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공사판에서 쫓겨나 조폭들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자결하는 모습,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모인 베이징 대학에서 발표하는 미국 강사에게 밝히는 중국 대학생들의 중화사상과 런타이둬 ((중국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로 대표되는 비인륜적인 모습 등은 소설을 통해 중국 내가 어떤 사회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책의 제목인 ‘정글만리’를 처음 접했을 때는 무슨 말인지 싶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니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정글’과 ‘만리’, 복잡하고 치열하며 잔인한 중국이라는 정글에서 어떤 꽌시라는 줄기를 잡느냐에 따라 저 멀리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고, 정글의 최고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만리만큼 넓은 정글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다음 권호를 읽기 기다려지게 되는, 누구나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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