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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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전성민 저.
“혼돈의 시대다. 늘 열심히 살고 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지금 내 삶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실패하면 안 된다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세뇌 당하듯 살고 있지만 정작 무엇이 진짜 실패이고 성공인지 확신할 수 없다.”
저자는 혼란스러운 글귀로 책을 시작한다. 이 글귀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면 지금 나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언제부터 혼란 속에 빠졌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아주 어렸을 때를 명확하게 기억해내지는 못하지만,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조차 몰라, 어른들이 하라는 공부를 멍하니 하면서 그저 성적을 올리는 일에 열정과 시간을 낭비하는 삶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았고 그 중에도 내 전부를 바쳐 내 일생동안 그 일을 하면서 지내고 싶은 일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디자이너가 되어 그림을 그리고 싶기도 했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서 슈퍼스타K가 그때에도 있었다면 준비를 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서 눈물연기를 해본적도 있다. 그중 소방관이나 경찰관은 정말로 하고 싶어서 경찰 대학을 꿈꾸고 준비해보기도 했다.
20대 중반인 지금, 그 많은 꿈들이 말끔히 씻겨 사라져 버렸을 리가 없다. 아직도 백화점에서 가방이나 옷을 보면 디자인을 보게 되고, 영화 속에서 내 또래의 배우가 울기 시작하면 문득 그 배우의 자리에 나를 대입해보기도 한다. 또 그렇게 내가 성공했다면 내 삶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곤 한다.
많은 하고싶은 것들 중에서 우주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사실 디자이너나 소방관이나 가수보다는 나에게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대학교를 선택할 때 과부터 선택을 하고 학교를 나열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행복했다. 그렇게 전자전기공학과에 오게 된 뒤부터는 사실 꿈을 키울 생각은 못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매우 강한 물살에 쓸려가듯이 전공에 매진하기 시작했고 한국과학기술원의 석사과정까지 정말 눈, 코 뜰 사이 없이 정도로 달려왔다.
우주인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 꿈은 오래전에 물살에 휩쓸리다 어디에 놓쳐 버린 건지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없어진 것이다. 전공에 대한 학년이 쌓일수록 더 깊이 있는 학문을 배웠지만, 내 삶도 전공과 함께 깊숙이 들어가야만 했고 되돌아 나가는 길은 그만큼 멀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놓쳐버린 꿈을 좇아 뒤로 뛸 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항해사 친구가 말해주기를 풍랑이 매우 심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끊임없는 높은 파도와 맞부딪히며 태평양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높은 파도가 오는 방향으로 뱃머리를 하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한다. 두 눈 꼭 감고 풍랑을 지금까지 헤치며 가라앉지 만을 않길, 그렇게 있는 힘껏 뛰어온 내 삶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많은 삶들이 그렇다고 느꼈다. 그래서 처음 삶의 혼란에 관한 문구가 매력적으로 와 닿았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힘이 든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잘하고 있는 것일까? 끝임 없이 파고 들어가는 광부처럼 내가 파고 들어가는 중 인건 알겠는데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고는 있는 것일까? 이렇게 파고 들어가면 그 끝은 삼성인가? 하이닉스 인가? 두 곳 중하나를 저울질 하는 것이 전부인가? 내 전부를 바쳐 내 일생동안 할 일이 그 것인가?
이제 제법나이가 들었는지 휩쓸리는 요령이 생긴 건지 조금씩 앞을 내다보게 된다. 앞을 내다 볼 수 있게 된 만큼 뒤도 돌아보곤 한다.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서 너무 빨리 달리느라 놓친 것이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이 울렁거리는 태평양 한가운데 같은 인생에서 내 선택들이 올발랐는지, 앞으로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삶은 속도만큼 방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이제, 나침판과 지도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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