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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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학창시절 드넓은 학교 운동장에서 국민의례를 했던 추억이 있다. 경건한 음악과 함께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려 국가에 대한 충성을 표하고, 애국가를 제창하며 나라사랑에 대한 마음을 되새겼었다. 하지만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단순히 관례에 따라 형식적으로 했던 것이 대부분 이였다. 설사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더라도 맹목적인 주입식 사랑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을 뿐이다. 국가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고 충성하라는 교육을 받았을까? 실체는 없지만 실존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얘기를 하고자 한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토마스 홉스, 니콜로 마키아벨리, 로크, 루소 등 수 많은 철학자들의 국가관을 언급하면서 오늘의 국가가 있기까지 어떠한 철학적 사상을 바탕으로 그 의미가 진화해 왔는지 소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소개한 철학적 사상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국가수립과 그 의미를 되짚어 보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정치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책 가운데 하나인 ‘리바이던’을 출간하였다. 홉스는 여기에서 ‘사회계약’을 국가의 기원으로 보는 이론을 세웠다. 다시 말하면, 국가는 집단내부의 범죄와 무질서, 국외로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의 계약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다른 말로 ‘세속의 신’이라고도 일컫는다. 따라서 홉스는 국가가 막강한 권력을 갖는 ‘전제군주제’를 이상국가의 모델로 삼고 있다. 그리고 비슷한 철학적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이탈리아의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쓴 ‘군주론’에서 군주에 대한 막강한 권력을 다음과 같이 얘기하고 있다.
“군주된 자는, 특히 새롭게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자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기는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신앙심조차 잠시 잊어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군주에게는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렇게만 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든 칭송 받게 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 받게 된다.”
현재의 생각으로 두 철학자의 국가주의 국가론은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었던 17세기 중엽의 시대적 배경을 찬찬히 살펴본다면 이해가 쉽다. 17세기 중엽은 정신적·정치적 혼돈의 시대였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의해 지동설이 지지를 받으면서 고전철학의 세계관이 무너졌다. 왕당파와 공화파의 투쟁으로 심각한 사회적·정치적 혼란이 벌어졌다. 따라서 강력하고 안정된 국가 건설을 위한 철학적 고찰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국가가 악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시민들의 동의에 의거하고 법에 따르는 통치를 주장했다. 다시 말해, 시민이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권재민, 법에 따르는 통치 법치주의를 주장했다. 여기서 그는 법치주의란 ‘통치 받는 자가 아니라 통치하는 자를 구속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권력을 휘두르는 자가 힘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법치주의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정치색이 한층 농후하고 급진적인 자유주의 국가론을 펼쳤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뺏을 경우 홉스가 말한 사회계약을 파기시키고 정부를 해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그의 사상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가 말하는 ‘국가와 정부는 다르다’를 전제로 둔다면 납득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의 국가 모습의 바탕이 되었고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매우 당연하게 선거를 통해 정부를 교체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변함없다. 루소의 ‘국가와 정부가 다르다’는 파격적인 생각의 전환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국가형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오늘날의 국가가 무엇인지 역사적 철학적 고찰을 통해 얘기를 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우리가 지켜야할 대상, 내가 태어난 곳이 국가라고 생각했지만, 국가란 홉스가 말한 사회계약론에 근거한 공동체를 위한 공동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무너지는 순간 자연의 상태가 된다는 것도, 인간의 삶이 자연법칙 아래에서 크게 고통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국가의 중요성을 한 번 더 되새기게 되었다. 또한 국가주의 국가론과 자유주의 국가론을 바탕으로 현재보다 더 나은 국가의 역할을 찾는 것도 현 세대에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와 닿았던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로크의 해석 ‘법치주의는 통치 받는 자가 아니라 통치하는 자를 구속하는 것’이었다. 가끔 뉴스를 볼 때면 정치인들이 법을 주무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통과시켜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서민들을 소외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법치주의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의 틀에 갇혀 법이 저런데 어떻게 하냐? 라는 무책임한 생각을 하며 실망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로크의 주장에 빗대어 볼 때 현 국회의원들의 법을 이용한 권력남용은 진정한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교묘한 합법적 행동이 아니라 법치주의에 완전히 위배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모두를 위하는 자와 자신만을 생각하는 자들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모두를 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고 있고, 역사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세계적인 철학자들의 생각을 만나보면서 우리국가, 우리정치가 소수의 권력자를 위함이 아닌 다수를 위한 선진정치, 선진국가로 발 돋음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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