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페이지 정보

본문
‘Papillon’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빠삐용의 처절한 탈옥기를 다룬 영화 <빠삐용>이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작품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이다. 소설 <파피용>은 인간의 진화에 대한 의지와 미래상에 대해 다루며, 지구를 떠나 우주로 진출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탈출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 <빠삐용>과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탈출을 다룬다는 특징을 공유한다. 우수한 과학 기술로 우주선 내부에서 하나의 닫힌 환경이 조성 가능해져 장기간/장거리 우주 탐사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우주 탐사를 위한 거대 우주 범선이 개발되고, 14만 4천 명에 이르는 지구인들이 이 우주 범선을 통해 우주로 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구에 잔류하는 자들과 떠나는 자들과의 갈등, 떠나는 자들 사이의 기나긴 분쟁을 거쳐 1천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소수의 생존자 만이 미지의 행성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파피용>을 읽어보면, 이야기가 기독교 성경의 창세기 부분을 은유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 ‘아드리앵-18’의 갈비뼈의 골수를 추출하여 탄생시킨 ‘에야’의 존재와, 아드리앵-18과 에야가 서로를 아담과 이브라고 부르는 부분을 이러한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작가가 이러한 성경과의 관계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불분명하나, 개인적으로는 바닥에 깔려 있는 종교적 메시지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사회의 면모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거대 우주 범선 파피용은 지구에서의 사회에 비해 턱없이 작지만, 외부와 공간적으로 단절되어 있기 때문인지 그 자체만으로 완벽한 사회를 이루고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는 긍정적인 측면뿐 만 아니라 나쁜 의미로도 통용되어 인간 집단의 본능에 의해 나타나는 착취/피착취 관계, 자유 의지와 복종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원대한 계획을 갖고 출발한 우주 범선 파피용은 시간이 지나자 음주와 도박 같은 가벼운 일탈에서부터 서로간의 분쟁, 살인 그리고 전쟁에 이르기까지 과거 지구에서 인간들이 행하였던 악습을 천 년 동안 반복적으로 답습하게 된다. 희망을 찾아 미지로 향한 파피용은 비단 지구와 유사한 환경뿐 만 지구에서 나타났던 다양한 사회적 현상까지 반영하여 하나의 지구처럼 변화하고, 이에 탐사자들은 마지막 희망 만을 향한 절망만을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나는 갈등과 인간의 본능적 잔혹함으로 인해 애초 계획과 달리 디스토피아로 나타난다.
개인적으로는 작가 특유의 기발함과 상상력으로 인해 흥미로운 소설이고, 작가가 특정 종교에 은유적으로 비유하여 전개하는 등 다양한 장치가 준비되었다고 생각되지만 해당 작품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기인하여 반복되어 나타나는 인간 사회의 면모와 마지막에 언급된 ‘영원히 탈출을 계속 할 수는 없다.’ 라는 구절을 되돌아 볼 때, 향후 인류의 향방은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되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선거철과 맞물려서 읽어서 인지, 이를 위해 우리가 행해야 하는 태도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작은 관심과 참여로부터 기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전글빅데이터, 경영를 바꾸다 14.06.05
- 다음글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14.06.1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