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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 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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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현준
댓글 0건 조회 6,326회 작성일 14-04-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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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둥 수용소 – 랭던 길키


 


 수용소에서 2년 반을 보내고 난후, 미국으로 돌아온 저자 ‘랭던 길키’는 미국인들의 삶에서 지나친 부유함과 이기심을 느낀다. 자신의 배가 더 부르기 위해서는 배고픔에 고통 받는 사람의 빵마저 빼앗을 법한 현대인들 삶을 보고, ‘자신의 지나친 부유를 권리처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없음을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수용소 삶의 통찰에 관해 강연을 하였다. ‘랭던 길키’의 인간 성품에 관한 회고는 책을 덮은 후에도 진하게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지금, ‘랭던 길키’가 전하는 이야기의 또 다른 측면을 조명하고 싶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 괴테


 ‘내’가 누구인지는 내 자신이 아닌 내 주변 사람들 혹은 내가 속한 단체가 정한다고 할 수 있다. 야속하게도 모든 사람이 못생겼다고 하면, 아무리 잘생겨도 못생긴 사람이 되는 걸까?


산둥 수용소는 고문과 강제노동으로 고통을 주는 수용소는 아니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인이 중국에 있던 서양인들을 관리하던 수용소로, 고문과 강제노동 없이 그저 외부와 ‘벽’을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다른 생활은 크게 간섭하지 않은 채, ‘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랭던 길키’가 말해주는 산둥 수용소에서의 삶은 축소판 사회, 살아 있는 실험실이 되었다.


외부와 ‘벽’으로 차단된 수용소는 새로운 작은 사회였다. 맨 처음 이 작은 사회를 관리할 위원을 정할 때 신기하게도 수용소로 오기 전 사회에서 한자리 씩 하던 사람들(저자는 ‘거물’이라고 표현했다.)이 위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정치를 수용소 안에서 한다. 마치 여전히 자신들이 ‘거물’이거나 앞으로도 ‘거물’일 것이라는 듯이.


 치열한 정치이후에 정해진 위원들은 수용소안의 사람들에게 충분히 영향력이 있었고 나름의 보람 있는 일들을 맡아서 한다. 하지만 수용소 안의 사람들은 위원들을 특별이 우러러 보거나 존경할 필요는 없었다. 위원회는 그저 수용소를 위해 봉사하고 책임을 지는 자리 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밖’이었다면, 단체의 장이 될 수 있거나 승진 할 수 있는 기회를 누구나 잡고 싶을 것이다. 누군가의 위에 설수 있으며 보수도 늘어난다. 남들이 우러러 보는 자리에 서는 것은 봉사하고 책임이 가중되는 것보다 값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수용소는 완전히 새로운 사회이며, 그곳에서 필요한 일은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과 건물을 짓는 등 누구나 땀 흘리면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밖’에서 인정받던 돈이나 학식, 명예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성실한지, 성격이 밝은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지였다.


 ‘거물’들은 가지고 있던 ‘자아’를 수용소의 삶속에서 조금씩 잃게 된다. 시간이 흐르자 더 이상 위원에 출마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아 연임이 계속 되고, 위원이었던 사람들도 대신 할 사람을 찾으며 위원직을 그만 두고 싶어 했다. 아무도 우러러 보지 않는 ‘거물’은 더 이상 거물이 아니다. 그들이 ‘거물’이기 위해서는 ‘벽’안에서의 새롭게 중요시 되는 인간 본연의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수용소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거물’이 되는 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 수용소에 갇힐 운명인 사람이 아니고선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거물’이라 칭하지 않는 다면 결코 ‘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타인들은, 나를 평가하고 때로는 거울처럼 나를 비춰 끊임없이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다시 ‘벽’이 없는, 혹은 수용소와는 다른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나로 돌아와 내가 누군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자주 찾는 곳,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나의 잠을 설치게 하는 걱정거리들은 무엇인가? 지금 내 주변 모든 것들이 말해주는 ‘나’는 누구인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 내 주변 환경과 사람들이라면, 수많은 거울들을 통해 천천히 나 자신을 살필 수 있는 시야를 준 ‘산동수용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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