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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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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6,329회 작성일 14-05-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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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 (What Money Can’t Buy)> – 마이클 샌델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경제 활동은 시장경제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든 경제 활동의 주체는 자유 경쟁에 입각하며, 어떤 재화에 가장 큰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주체부터 재화를 획득한다. 다시 말해, 새로 출시된 아이폰을 사고자 하는 두 사람이 있고 한 사람은 100달러를, 또 다른 사람은 200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해당 아이폰은 200달러를 지불하는 사람에게 판매될 것이 자명하고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이러한 시장 중심의 경제 활동은 경제 활동 주체 모두의 효용을 극대화 시키고 사회 전체의 이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진리와 같이 여겨져 왔다.

 

하지만 샌델은 이러한 시장경제 체제에 근본적이면서 철학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모든” 재화에 대해서 값을 매기고 가장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에게 판매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why not?” 이었다. 해당 재화에 가장 큰 가치를 매기는 사람에게 재화가 판매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만일 재화에 대한 가치를 저평가 하는 다른 사람에게 판매된다면 그 것으로부터 오는 불공평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거래의 기준은 무엇이 된다는 말인가.

 

그러나 샌델은 시장경제의 시스템적인 문제보다 더욱 깊은 부분을 탐구하고자 한 듯 하다. 재화 교환 방식이 아니라 재화 그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는가?”

이 문구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학교에서던지 혹은 경험적으로던지 시장경제의 재화분배 방식에 대해서는 수없이 들어왔지만, 재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의 ‘아이폰’이 TV, 옷, 식품, 집 등 그 무엇으로 바뀌더라도 지금까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성(sex), 죽음, 시민의식 등의 가치들과 결합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책에서 소개하는 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미국 뉴햄프셔 주 월마트 매장에서 일하던 48세의 마이클 라이스는 근무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라이스의 사망으로 30만 달러의 사망 보험금이 지급되었지만 그 주체는 아내 및 두 자녀가 아니라 라이스 명의로 생명보험을 가입해 보험 수혜자로 이름을 올렸던 월마트에 돌아갔다. 라이스의 부인 비키 라이스는 이 사실을 알고 몹시 분노하였으며 그의 남편이 살아있는 동안 회사에서 이용해 먹은것도 모자라 죽은 후 30만 달러까지 차지한 부도덕한 일이라며 비난하였다. 심지어 비키는 월마트가 남편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자신과 남편 둘 다 전혀 몰랐다고 한다. 연방법원에서의 소송에서 비키의 변호사는 “월마트 같은 거대 기업이 피고용인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하였지만, 월마트 대변인은 라이스가 죽었을 때를 대비해 신임 피고용자를 교육하고 업무를 가르치는데 드는 비용에 대한 보상금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비단 월마트 뿐 아니라 수 많은 회사에서 공공연하게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심지어 회사 측에서는 보험 대상 직원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조차 않고 거액의 보험을 든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지불을 직원이 아닌 회사에서 받기 때문에 굳이 이 사실을 보험 대상에게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가치판단을 할 지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생명의 존엄성 측면에서 회사의 행동이 도의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비판할 수도 있고, 피고용자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손해가 없다는 측면에서 회사의 행동을 제제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회사와 보험사 두 주체 모두 보험 대상 피고용인에게 생명보험을 이용한 수익창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고, 이는 도덕적 관념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는 더욱이 피고용인을 더 이상 ‘사람’으로써의 대우가 아닌 수익 창출의 ‘사물’로써 다루었기 때문에, 피고용인이 어느 정도 이상 근무할 경우 빨리 사망하기를 기대하는 ‘비도덕적 풍토’를 유도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즉, 시장경제 이론에서 전제로 내세웠던 재화의 교환이 재화의 가치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는 가정이 더 이상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비단 피고용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보험의 본래 취지는 유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과 같은 역할을 해 주는 것이었지만, 회사와 보험회사의 이해관계에 의해 기업의 이윤창출 도구로써 전락해 버리게 된 케이스이다.

 

월마트와 같은 케이스 외에도 시장경제 도입이 재화의 가치를 변질시키는 사례는 많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가치 변화를 무시한 채 시장경제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려는 경향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나’ 자신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단 시장경제뿐 아니라 삶의 모든 곳에서 가치 판단의 부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도덕적 성찰이 포함된 합리적 판단을 내려야만 가치 있는 개인/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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