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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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원제목인 Groundhog day는 실제 미국과 캐나다에서 매년 2월2일에 열리는 기념일을 말한다. 성촉절이라는 한국의 경칩과 비슷한 날이다. 날씨를 점치는 존재로 설정된 마못(비버)으로 겨울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를 점치는 일종의 지역 축제로 기나긴 겨울을 견디고 새로운 봄이 찾아오길 염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행사이다. 주인공 필 코너스에게 영원히 반복되는 그날이 바로 Groundhog day로 이다.
이 영화를 쉽게 설명하자면 "하루"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이다.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하루"라는 블랙홀에 빠진 주인공처럼 과장된 스토리의 코미디영화이며, 다소 진부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여러 가지 다양한 소재라든가,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 그리고 당연한 듯한 이야기를 사뭇 진지하게 그려 가는 감독의 연출력 등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영화이다.
평소 자기 중심적이며 세상에 냉소적인 주인공 필 코너스는 TV 기상로 매년 2월 2일 개최되는 성촉절 취재차, 올해도 어김없이 펜실베니아의 펑추니아 마을로 향합니다. 그에겐 다른 날과 별다를 것 없는 그날처럼 이 취재 또한 매년 항상 되풀이 되어오고 있는 아무 의미없는 형식적인 날이였다. 당연히 취재가 성의있을리 만무하며 이러한 그의 모습에 PD인 리타는 불만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취재는 마친 후, 되돌아가는 길에 폭설로 길이 막히며 필과 일행은 할 수 없이 펑추니아 마을로 되돌아가며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무슨일인지. 아침 여섯 시를 알리는 시계 알람과 함께 어제 들었던 라디오 멘트하며, 정확하게 어제 만났던 사람을 그 시각, 그 자리에서 또 다시 만나고, 끝난줄 알았던 성촉절 축제를 위해서 사람들은 또 다시 분주하기만 하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약간의 혼란 속에 필은 또다시 거짓말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그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이 되어도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이다.
처음엔 신기한 듯 반복되는 일과를 악동기질을 발휘하며 즐기는 듯싶더니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필은 차츰 삶의 의욕을 잃어간다. 온갖 못된 짓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하루". 필은 그 저주같은 "하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극단적인 선택도 한다. 기차길에 뛰어들어 가보고, 자동차를 몰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보고, 전기쇼크,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눈을 떠 보면 또 다시 아침 여섯시 이다.
도저히 이 끔찍한 "하루"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느끼기 시작하는 필. 아무 의미없는 자신의 삶을 슬슬 포기하려 할 즈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그날 일어날 모든 일들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필은 차츰 자신의 행동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더욱 놀라운 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을 주는지 진작에 몰랐던 것이다. 점차 삶의 의미를 찾아가기 시작하는 필. 하지만 그에게 벌어지고 있는 저주의 "하루"는 끝날 줄을 모른다. 비록 똑같은 하루가 계속 이어지지만 필은 그날그날 또 다른 무언가를 연구하며 궁리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위해 애를 쓴다. 이러한 필의 모습에 리타도 점차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며 필 또한 전엔 몰랐던 리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은 필은 리타와의 함께라면 영원한 하루라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의 “하루”는 내일이 된다.
우리가 매일매일 겪어야하는 "하루"라는 의미는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1년 365일중에 하나일 뿐이다. 이처럼 인생이라는 기나 긴 여정 중에 이 "하루"라는 의미는 어찌 보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말 그대로 그저 "하루"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마치 챗바퀴 돌 듯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하루"가 갖는 의미는 그저 눈뜨면 자동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며 때로는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해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심히 찾아오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많은데 그 하루하루에 의미를 두어가며 살아가야하나 하는 것도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와도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평생을 살아야 할 인생이라는 것은 이러한 "하루"들이 합해져서 완성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면 그저 소홀히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넓은 의미로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가 내일에 영향을 미치며, 1년 후에 영향을 주며 더 넓게는 인생전반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을 알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이 모두 그렇게 넓은 마음으로 살기엔 그들이 경험하는 하루하루가 솔직히 너무 힘들고 괴로운 경우가 많다. 즉,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순간들을 대비해서 오늘을 설계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다소 과장된 스토리의 다소 뻔한 전개지만 무표정한 듯한 모습에서 코믹함과 엉뚱함, 그리고 진지한 모습까지 다양하게 표현하는 빌 머레이는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의미없는 하루를 의미있는 하루로 바꾸면서 단순히 하루의 의미를 넘어서서 인생 전반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전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겪는 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진실되게 일깨워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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