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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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의 <사랑의 파괴>는 어린 시절 작가가 직접 경험하였던 '어린 아이의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나, 그녀의 경험은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와 동떨어져 있다. 작가(또는 주인공) 특유의 독창성과 가벼운 어조와 신랄한 문체는 어떤 이야기라도 오묘하게 느껴질 만큼 독특하지만, 그녀가 경험하였던 사건들의 흐름은 이러한 장치보다 더욱 이질적이었다.
어린 시절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 외인지구에서 보냈던 3년간의 경험은 주인공의 인생을 관통하는, 사랑에 대한 큰 의미를 남겼는데 이는 주인공보다 1살 어린 이탈리아 소녀 엘레나에 대한 기억에 의한다. 엘레나는 누가 보아도 매력적인 어린 소녀였으며,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남녀간의 사랑은 아니지만 주인공은 엘레나를 열렬히 사모하며 그녀의 관심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엘레나는 주인공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그녀의 주의를 끌기 위해 그녀를 자극한다.
'사랑하는 엘레나, 내가 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10분의 1만이라도 네가 내게서 느낀다면, 네가 고통스러워함으로써 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넌 기꺼이 고통을 받아들일텐데.'
주인공은 때때로 엘레나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이러한 고통은 그녀의 주변인들과 관련된 것으로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엘레나 본인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는 않지만, 충분히 그녀를 상심에 들게 할 수 있었다. 상대를 만족시킬 만큼 자신이 충분하지 않기에 상대방을 몰아붙여 불행하게 만들고 다시 제자리를 되찾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인공의 모습은 7살 어린 소녀라고 하기에는 불쾌할 정도로 치밀하며 가학적인 면모를 보인다. 사실 주인공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의 악행은 한 발자국 물러나서 보면 어린 아이들의 장난에 지나지 않으며, 제도적 의미가 배제된 본능적인 순수함에서 기인한다. 난생 처음보는, 그리고 앞으로도 빛을 바래지 않을 정도로 감탄스러운 미적 존재에 대한 집착은 그러한 존재가 나를 인지하기를 바란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소유나 서로간의 교류가 큰 의미를 갖는 소위 어른들의 사랑과는 다른, 아이이기에 웃어넘길 수 있는 순진함과 천진함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어린 아이치고는 다소 오만하며 발칙한 주인공과 엘레나의 행동은 이미 성인이 되어 이를 기술하는 작가의 신랄한 문체와 맞물려 매우 불쾌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엘레나의 무리한 요구에 의해 크게 다치게 되고, 이후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그녀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주인공의 태도는 엘레나의 주의를 끌게 된다. 엘레나에 대한 여전한 경탄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를 향한 연정은 무관심으로 일관할수록 점점 다가오는 엘레나에 의해 폭발하게 되고, 모든 것을 털어 놓으며 엘레나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주인공을 처음 만났던 시기처럼 무심하게 돌아간다. 주인공은 웃음거리가 되었으며, 엘레나는 더 이상 주인공에게 흥미를 갖지 않게 된다.
세월이 지나 이사간 주인공은 엘레나의 소식을 통해 비록 과거 자존심을 내팽게 친 내지른 발작을 통해 분노와 절망감을 경험하였으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게 해주었으며 여전한 아름다움을 통해 지난 날의 신화를 지키고 있다는 엘레나에게 감사의 글을 쓰며 책을 마무리한다.
어린 아이의 순수함이라 하기에는 조금 사악하게 보이나 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욕구에 의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경험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유년 시절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다만 작가의 경험이 일반적인 상황보다 이질적인 경험이며, 작가 특유의 어조가 곁들여지면서 적나라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는 과거를 상기하는 개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자신의 과거를 적나라하게 회상하며 마주할 수 있는 이들에게 이 소설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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