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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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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성호
댓글 0건 조회 6,439회 작성일 14-04-2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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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 오찬호 지음



  서남표 총장 취임 후 학부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이전에는 없던 징벌적 등록금을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혹시 내가 7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첫 학기가 지나고 학점이 꽤 괜찮게 나오면서 징벌적 등록금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첫 학기가 끝나고 캠퍼스는 시끄러워졌다. 학생회에서는 징벌적 등록금을 철폐하기 위해 대자보도 붙이고 시위도 하며 학생들을 위해 싸웠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 싸움에 동참하지 않았다. ‘나는 징벌적 등록금 기준보다 성적이 높으니깐’, ‘등록금 내는 애들이 열심히 공부를 안 한 잘못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외면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는 KAIST의 20대 학생들처럼 21세기 대한민국에 기형적이며 보수적인 20대가 생기게 된 원인과 우리 사회의 책임에 대해 말한다.

 


  작가 오찬호는 서울에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며 사회학 강의를 한다. 많은 20대들을 만났고 그들이 그 어떤 세대보다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어있고 약육강식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한 대학에서 2000년 초반 KTX 여승무원 정규직 전환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작가의 예상과는 다르게 승무원 편에 서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취직한 사람들이 공짜로 정규직에 승차하려 때를 쓰는거자나요’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며 큰 충격을 받고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특히 이러한 20대들의 문제, 아픔이 20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특히 ‘아프니깐 청춘이다’와 같은 20대들을 위한 자기계발 도서들과 자기계발을 강요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중학교를 다니기 전까지는 자기계발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했었다. 그 후 몇 년 만에 베스트셀러에는 ‘아프니깐 청춘이다’와 같은 20대를 위로하는 책들과 ‘20대를 위한 재테크’, ‘20대의 인생이 남은 생을 결정한다’와 같이 20대의 각성을 요구하는 책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책들은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 특히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심각한 취업난, 입시난을 겪고 있는 20대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이렇게 자기계발은 우리사회를 세뇌시키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은 개인이 입시난, 취업난과 같은 어떤 문제에 쳐했을 때 자기 자신이 자기계발을 하지 않고 나태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며, 모든 책임은 나태한 개인에게 있다라는 굉장히 보수적인 주장을 한다. 이렇게 세뇌를 당한 20대들은 입시나 취업이 힘들어질 때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게 된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이 죽도록 노력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도 여러 자기계발 도서와 자기계발 강연에서 소개되는 여러 성공신화들, 또 밑바닥부터 맨손으로 꼭대기까지 올라간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허황된 희망을 가지게 되고 그 사람들처럼 철저하게 살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계속 채찍질 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자신보다 더 아래에 위치한 사회적 약자에게는 자신에게 댔던 잣대 보다 더 혹독한 잣대를 들이밀고 자기 자신에게 해온 채찍질을 남에게도 더욱 더 가혹하게 휘두르게 된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과 재수생들도 비슷한 상황에 쳐해 있다. 작가는 대학별 학자금대출 퍼센트 자료를 이용해 고학력으로 갈수록 부모의 재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결론을 낸다. 결국 부의 세습은 부 자체뿐만 아니라 지식의 세습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부분 학생들은 이런 부분에는 관심이 없고 몇 점차이로 대학에 떨어졌을 때 자기계발에서 배운 것처럼 자기 자신을 비판하고 자기 자신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더욱더 심화된 대학 서열과 학벌 과시와도 연관 지어서 얘기한다. 자기계발의 세계 속에 입시를 치루면서 학생들은 오로지 목표가 높은 대학이며 높은 대학을 갔을 때 자기 자신이 자기계발이 잘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고 자기 자신의 가치를 학벌과 동일시하며 학벌을 과시하고 낮은 학벌은 철저하게 무시하게 되었다.

 


  책에서 소개된 여러 이야기들과 20대들의 행동양상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대를 위해서는 소가 희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고 그게 국가와 사회를 위한 길이라고 배워왔고 거기서 ‘소’인 우리가 피해를 입었을 때는 국가나 사회의 잘못이 아닌 우리가 무지하고 적응을 못한 잘못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띵하며 속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20대라는 세대는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참 다루기 쉬운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KAIST의 학생들처럼, 뭔가 문제가 생기면 학교 탓이 아닌 자신들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학교의 잘못이 있어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 세대만큼 지도하기 쉬운 집단은 없을 것 같다. 책에서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깡패 오동철이 취업 준비하던 옆방 여자 한세진과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오동철 : 너 아직도 노냐?



한세진 : 예? 노는 게 아니라......



오동철 : 요새, 취직하기도 힘들다는데, 불황아니냐, 불황.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해요. 텔레비전에서 보니깐 프랑스 백수들은 일자리 달라고 다 때려 부수고 그러던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 탓인 줄 알아요. 지가 못나서 그런 줄 알고. 아휴~ 착한건지. 멍청한 건지. 다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 건데~~ 야! 너도 너 욕하고 그러지 마. 취직 안 된다고. 니 탓이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아!


 


  이 대화에는 앞서 말했던 모든 이야기가 함축 되어있어 참 와 닿았다. 이 책을 보며 이전까지 살아오며 가지고 있었던 나의 사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프랑스가 파업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렇게 매년 파업을 해서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까? 왜 프랑스의 노동자들은 저렇게 이기적인가? 이러한 생각을 해왔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 책 한 권으로 내가 사회운동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전에 내가 무관심하게 스쳐 보냈던 여러 가지 공동체의 문제, 약자가 강자에 맞서 싸울 때 약자를 외면하고 강자의 편을 들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또 앞으로 세상을 볼 때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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