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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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법은 사람의 상처를 외면해도 되는가?
최근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방황하는 칼날은 원작이 쓰인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문제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풀어내고 있다. 바로 청소년 범죄이다. 일본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청소년들이 범하는 여러 죄의 처벌강도는 같은 죄를 범한 성인에 비하여 매우 약하다. 그러한 국가는 죄를 범한 어린 학생들이 그들의 미성숙한 정신상태, 높은 갱생 가능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죄를 지은 어린 학생들에게 강한 처벌을 내리는 것과 이것에서 파생되는 현상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바로 죄를 지은 학생들에게 상처 입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의 분노이다.
간단하게 책의 내용을 보자면 몇 년 전에 아내와 사별한 주인공 나가미네의 유일한 혈육인 딸이 성폭행 당한 후 죽은 채 발견된다. 이 사건은 곧 경찰에게 신고가 되고 경찰과 나가미네의 추적이 시작된다. 그러던 중 성폭행을 한 학생 무리의 한 명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미네에게 은밀하게 가해학생의 사는 곳을 알려주는 연락을 한다. 나가미네는 고민하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혼자 그 학생의 집에 들어갔다가 죽기 전에 마약을 먹고 성폭행당하는 딸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면서 분노가 정점에 이를 때에 집에 들어온 가해 학생 중 한 명을 죽이게 된다. 여기서 갈등이 시작된다. 피해자였던 나가미네가 한 순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가미네가 딸을 죽인 나머지 학생인 가이지를 찾으러 가는 종적이 나타나면서 가이지를 보호해야하는가 혹은 나가미네가 원 가해자인 가이지를 죽이도록 방치해야 되는가에 대한 경찰의 갈등이 고조된다.
책을 보면서 처음에는 분노가 강하게 일다가 점차 책 중 경찰인 오리베의 심정과 같이 나의 마음도 함께 방황하게 되었다. 이런 갈등이 생기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다. 나가미네가 첫 번째 성폭행 가담자를 죽이지 않았으면 될 것이다. 그럼 나가미네는 국가가 있고, 법이 있고 더욱이 경찰이 현재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그 아이를 죽였을까? 성폭행에 살인이라는 중한 죄를 범한 범인이 잡혀도 그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가벼운 형벌만이 판결되는 세상에 대한 억울함과 그것만으로는 삭혀지지 않는 나가미네의 슬픈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정의의 의미를 고찰하게 되었고, 작가의 그리고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정의가 방황하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찰이 가이지가 나가미네에 의해 죽지 않도록 가이지를 먼저 찾아 보호하는 것이 법의 순리이지만, 나가미네가 먼저 가이지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을 멈추지 못하였다. 의심 없이 믿고 있던 법의 권위와 정당함에 대한 신뢰가 흐트러지고, 법의 불확실성을 알면서도 다른 판단 기준이 없어 그러한 법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동분서주하는 경찰들의 모습 또한 안쓰러웠다. 결국 책은 우에노 시내에서 가이지를 만나 격분한 나가미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죽으며 마무리 된다. 이 결말이 아니라 내심 바랐던 가이지의 죽음을 결말로 마무리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추상적인 대안이지만 애초에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게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불합리하게 뺏긴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빛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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