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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행동주의 (The Silent Activ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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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승민
댓글 0건 조회 5,652회 작성일 14-02-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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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행동주의 (이응노 미술관, 2014)



 

오랜만에 이응노 미술관을 찾았다. 지난 관람이 2012년 11월이었으니 약 1 여 년이 지나고 다시 찾았는데, 그 동안 품에 안겨만 있던 아이는 이제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커서 그때와 달리 여유로운 관람을 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벽에 걸어둔 작품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각이나 설치 미술과 같은 것들도 함께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도 함께 참여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의 기획전시는 ‘조용한 행동주의 (The Silent Activism)’인데, 이 미술관에서 선보였던 기획전시로써 보통 4달 정도의 전시 기간을 가졌던 지난 기획전시들과 달리 약 두 달 동안의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만 진행된다. 원래 이응노 미술관의 설립 취지가 세계적인 작가인 고암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을 확장하고 계승한다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주로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이 중심이 되었거나 그의 작품들과 연계성이 있는 작가의 작품을 기획하였던 것과 달리 이번 전시에는 그의 이름이 깔끔하게 빠져있는 점에서 이제는 이 미술관이 조금 더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려 한다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획전시에 앞서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을 먼저 만날 수 있다. 지난 번에 소개한 대표적인 ‘군상’ 작품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옥중화 및 조각 등의 작품들이 전시 되어 있었다. 특히 옥중화마다 한 줄 정도의 짧은 글이 적혀 있었는데, 그 작품을 제작할 때의 심정을 적은 것으로, 작품과 함께 보니 왠지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두 전시관에서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을 둘러본 후 이번 기획 전시 작품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의 전시는 총 네 가지의 세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대전 지역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형태의 문화 행위를 펼치고 있는 ‘대전아트시네마’, ‘산호여인숙’, ‘월간 토마토’, ‘카페 비돌’이다. 대전에서 산지 6년이 되었지만, 대전을 많이 알지 못하던 탓에 낯익은 이름은 없었다. 그래서 관람을 하기 전에 이 이름들을 듣고는 작품의 이름으로 지어진 것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전에서 운영되는 곳들의 이름이었다.


 

가장 처음 맞은 곳은 ‘월간 토마토’에서 구성한 공간인데, ‘월간 토마토’는 2007년에 시작된 대전 지역만의 문화 잡지로써 대전에서 열리는 다양한 문화, 공연 등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토마토 사옥에는 북카페도 있으며, 종종 전시회나 공연 등을 열기도 하고, 지역 문화 예술의 발전을 위한 학술적 활동도 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관 반 정도의 공간에 서재의 느낌이 풍기는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고, 많은 잡지와 책들이 책장과 바닥 그리고 책상에 쌓여 있었다. 타자기나 오래된 사진기와 같은 레트로 느낌의 도구들을 많이 장식해두었고, 마치 실제로 누군가 지내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있었다. 이 공간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주제는 ‘Look different, 우리는 다르게 보길 원한다’라고 했는데, 사실 언뜻 보아서 그 주제와 쉽게 연결되지는 않았다. 다만, 전체적인 도구들이 낡았거나 오래된 것들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항상 최신의, 새로운 것들을 찾는 요즘의 상황을 다르게 빗댄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 옆의 공간에는 이층 침대 2개와 파란 테이블, 의자들이 놓여있었는데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숙소가 바로 연상되었다. 이 공간은 2011년에 문을 연 대전의 유일한 게스트하우스이며 예술가가 사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독특한 ‘산호여인숙’에서 구성한 곳이다. 기존 여인숙을 개조하여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할 뿐 아니라 일층에는 작가들의 작업실도 있고 전시회도 가끔씩 주체하기도 한다고 한다. ‘Shall We Sleep?’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전시 공간의 중앙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물감과 붓 등의 예술적 활동을 하는 흔적을 남겨두었고, 침대 옆에는 여행자를 의미하는 배낭과 신발도 놓여 있었다. 이를 통해 ‘산호 여인숙’은 숙박 공간에서 문화와 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문화와 예술은 우리가 어디에 가든지 먹고 지내는 공간과 항상 함께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음 전시실은 밝고 환하였던 앞선 전시실과 달리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카페 비돌’은 중앙로역 근처의 대흥동에 위치해 있는, 예술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 겸 주점이다. 비돌이라는 이름은 ‘비가 그친 후 돌을 굴려라’ 에서 따왔다고 하며, 20세기 초 유럽에서 일어났던 반 예술운동 DADA의 카페 볼테르(Café Voltaire)와 같이 카페이자 동시에 전시, 퍼포먼스 토론 등 다양한 예술행위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한다. 전시 공간은 다시 두 곳으로 나뉘어 한 곳은 카페로 꾸며놓았고 다른 한 곳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틀어져 있는 작은 텐트를 설치해 두었다. 그리고 그 두 곳 앞에는 고철을 용접한 뒤 개 줄까지 달아서 만들어둔 개를 형상화 한 것도 있었다. ‘비돌 만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앞선 두 전시에 비교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인지 사실 해석하기가 힘들었다. 특히 창문 앞에 검은 천을 대고서 작은 구멍을 뚫어서 ‘불사조는 재로부터 나올 것인가?’라는 글귀가 보이도록 하였고 그 앞 테이블에 재를 담아둔 그릇들을 몇 개 놓아 두었는데,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맞은 편에는 마지막 전시 공간이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영화와 관련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흡사 영화관 안내소의 느낌이 나는 테이블의 벽에 다양한 영화 장면이 둘러져 있었고 그 위에는 영화 필름 통이 몇 개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두 개의 검은 원통이 그 위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돌고 있었는데, 각각의 원통에는 세로로 좁고 긴 모양의 구멍이 여러 개 둘러져서 나 있었다. 가까이 가서 그 구멍들 사이로 들여다보면 원통 안쪽에 그려져 있던 광대가 춤을 추는 장면들이 움직이듯이 보여지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것은 1초에 24프레임 정도로 촬영하여 상영하는 영화의 원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공간은 ‘Back to the Movie, A real Movie’라는 주제로 구현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보았던 영화들도 실제로는 연속된 것이 아니라 끊어진 장면들이 엮여 있는 것을 알려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런 공간적인 전시 이외에도 활동적인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되었다. ‘월간 토마토’가 주최했던 북 콘서트나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진행한 영화 관련 세미나나 16 mm 필름 영화 상영회 등이다. 특히 재미 있는 것은 ‘산호여인숙’에서 진행한 ‘같이 잘 사람’이라는 코너로, 10명 정도의 신청자가 진행자와 함께 렌턴을 이용한 야간 전시 관람이나 문화적인 토론을 진행하는 등의 야간 활동을 하고 하룻밤을 다 같이 잔다는 것인데, 정말 독특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전시회의 이름은 ‘조용한 행동주의’이다. 이들은 각각 자기 삶의 터전에서 나름의 예술활동을 지속해나가고 있는데, 이들의 활동이 대전 지역의 예술활동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대전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이러한 예술활동들이 많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특히나 여기에 전시된 네 곳의 본래 위치가 중앙로역 근처에 모여 있다는 점에서 대전의 문화예술 활동이 원도심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 시간을 내어 그 근처에 있는 다양한 예술의 흔적들을 살펴볼 기회를 가져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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